식자재 비용 등 4억여원 횡령 조사
검찰이 “급식비 안 냈으면 밥 먹지 말라”는 교감의 발언이 알려져 파문을 빚은 서울 충암중·고교의 급식회계 부정 의혹에 대해 수사를 시작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충암중·고교에 대한 감사를 통해 파악한 급식비 횡령 정황을 바탕으로 수사를 의뢰한 것이다.
서울서부지검은 “서울시교육청의 수사 의뢰를 받아 충암중·고교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8일 밝혔다. 조사는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부장 이철희)가 맡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의뢰에 따라 수사를 시작한 단계이며, 서울시교육청이 감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살펴볼 계획”이라고 했다. 검찰은 자료 검토를 통해 사건을 재구성한 뒤 급식 비리와 관련한 이들을 소환하는 등 수사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올해 5월부터 충암중·고교의 급식 운영에 대해 조사를 벌인 서울시교육청은 급식 예산 4억1035만원이 빼돌려진 정황을 발견했다고 지난 4일 밝힌 바 있다. 감사 결과 보고서 내용을 보면, 학교 쪽은 2012년부터 올해까지 식재료를 검수한 뒤 쌀, 김치 등 일부 식재료의 30%가량을 오전에 미리 빼놨다가 학교 밖으로 실어 나르는 방법으로 급식비를 빼돌렸다. 이 과정에서 식용유를 반복해서 재사용하며 남은 식용유는 외부로 반출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장부를 조작해 용역 비용을 횡령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감사 과정에서 한 조리원이 “어떤 날은 식재료를 너무 많이 빼서 국거리가 모자라 조리가 안 될 정도였다”고 진술한 내용도 알려졌다. 서울시교육청이 수사를 의뢰한 교직원은 충암고 전 교장 등 14명이다.
앞서 충암중·고교는 지난 4월 학교 급식비를 제때 내지 못한 학생들한테 면박을 준 사실이 드러나 서울시교육청이 학생인권옹호관을 파견해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하면서 급식회계 부정 의혹이 알려지게 됐다. 검찰 수사에 대해 학교재단 충암학원은 “시교육청 감사 결과가 사실과 다르다”며 교육청 관계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