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종합성과 평가항목 보니
‘홍보실적’ 비중이 7%로 최고
수사·생활안전·피해자보호 등
민생 밀접분야는 그보다 낮아
‘홍보실적’ 비중이 7%로 최고
수사·생활안전·피해자보호 등
민생 밀접분야는 그보다 낮아
최근 경찰이 실적을 부풀리려고 검거 과정에서 ‘가짜 영웅담’을 만들었다가 들통나 비판을 받고 있다. 이처럼 경찰이 홍보에 ‘무리수’를 두는 원인에는 구조적으로 왜곡된 ‘성과지표 항목’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김동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최근 3년 동안의 ‘치안종합성과평가’ 자료를 보면, 올해 경찰의 소속부서 성과지표로 ‘치안정책 홍보실적 평가’ 항목이 가장 높은 비중인 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부터 2년간 2%를 차지하던 이 항목은 올해 갑자기 7%로 늘어났다. 수사·생활안전·피해자 보호 등 민생과 밀접한 분야는 그보다 적은 5%였다. 지난해까지 4%를 차지하던 ‘청렴(반부패)’, ‘인권보호 노력’은 올해 각각 3%와 2%로 떨어졌다. 이 평가는 경찰의 상여금 지급, 직원 인사평가 등 업무의 주요 근거자료로 쓰인다.
이렇다 보니 일선 경찰서에서는 사실 확인이 덜 된 보도자료를 배포하거나 홍보와 관련한 포상을 만드는 이른바 ‘홍보 무리수’로 이어진다. 충북 청원경찰서가 지난 9월 “택배기사로 변장한 새내기 여경이 수배자의 집 초인종을 눌러 안심시킨 뒤 수배자를 검거했다”는 가짜 영웅담을 언론에 알린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다른 경찰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서울 방배서는 지난달 8일 시민의 신고로 경찰이 버스에서 몰래카메라를 찍은 혐의로 필리핀 국적의 남성을 잡았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그러나 기자들이 취재에 나서자 경찰은 돌연 보도자료 배포를 취소했다.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가 휴대전화를 만지고 놀다 억울하게 오해를 받고 붙잡힌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서울 관악서는 지난 8월 업무 현장에서 경찰의 활약상을 사진으로 찍어 오는 직원에게 주는 ‘이달의 홍길동(홍보 길동무)’상을 만든 지 한 달 만에 이 제도를 없앴다. 관악서 관계자는 “다들 업무에 집중하며 바쁘다 보니 사진을 찍을 여력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직원들의 불만이 있었다는 점을 털어놨다.
홍보에 빠진 경찰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갑지만은 않다. 서울의 한 지구대 소속 경찰관은 “간부급이 아닌 일선에 있는 경찰이 신문이나 방송에 출연할 기회는 적다. 홍보보다 피의자 검거 등 경찰 본연의 업무에 점수를 많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직장인 김아무개(33)씨는 “경찰이 띄운 홍보성 포스팅이 내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많이 뜬다. 불통보다야 소통이 낫지만 ‘그 시간에 도둑을 잡지’ 생각했다. 경찰이 스스로를 미담화하는 것 같다”고 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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