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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아파트 ‘작은 도서관’, 마을공동체로 진화 ‘꿈틀’

등록 2015-10-18 20:40수정 2015-10-22 11:25

지난 17일 서울 구로구 천왕근린공원에서 ‘천왕 마을축제’가 열렸다. 에스에이치(SH)공사가 지은 천왕지구 8개 아파트 단지 내 소모임 30여곳이 스스로 머리를 맞대 기획하고 준비했다. 캠핑, 여행, 육아 등을 주제로 한 아버지회(‘아빠의 자격’), 천왕동 생협모임, 공동육아와 혁신학교가 관심사인 육층사람들, 엄마들로 구성된 천왕풍물단, 취미와 봉사가 만난 오카리나 동아리, 새마을지도자협의회, 그리고 단지 내 주부 120여명으로 구성된 아파트 작은도서관 활동가 모임도 그 가운데 하나다. 작은도서관 모임은 이번 축제에서 독서체험 부스를 열었다.  이정아 기자 <A href="mailto:leej@hani.co.kr">leej@hani.co.kr</A>
지난 17일 서울 구로구 천왕근린공원에서 ‘천왕 마을축제’가 열렸다. 에스에이치(SH)공사가 지은 천왕지구 8개 아파트 단지 내 소모임 30여곳이 스스로 머리를 맞대 기획하고 준비했다. 캠핑, 여행, 육아 등을 주제로 한 아버지회(‘아빠의 자격’), 천왕동 생협모임, 공동육아와 혁신학교가 관심사인 육층사람들, 엄마들로 구성된 천왕풍물단, 취미와 봉사가 만난 오카리나 동아리, 새마을지도자협의회, 그리고 단지 내 주부 120여명으로 구성된 아파트 작은도서관 활동가 모임도 그 가운데 하나다. 작은도서관 모임은 이번 축제에서 독서체험 부스를 열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작년 이어 두번째 마을축제
생협·풍물패 등 소모임 30개가 기획
120명 작은도서관 활동가도 한몫
놀이터에서 공론장으로 왁자지껄

동대표·입주자대표회의도 진출
아파트관리비·운영문제 등
마을 현안으로 관심사 확대
“젊은것들이 저런다” 일부 마찰도
작은도서관 운영 자치권 강화 추진
당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가 300가구 이상(일부 지자체는 500가구)이라면 그곳엔 ‘작은도서관’ 하나가 똬리를 틀고 있다. ‘아직도’ 놀라웠다면 두가지다. 300가구 이상 모두가 몰라서, 그중 누군가는 알고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 버려져 있는, 내 집 아래 도서관인 것이다.

지난 17일 서울 구로구 천왕동 천왕근린공원. 동네 주민 3000여명이 가을볕을 분주히 가르고 있었다. ‘천왕 마을축제’다. 오롯이 천왕지구 아파트 주민들이 제안·기획하고, 끼리끼리 논의해 준비하길 올해로 두번째다. 축제 준비에 참여한 동네 소모임이 지난해 20여개에서 올해는 30개 정도로 늘었다. 엄마들로 구성된 천왕풍물단, 천왕초 아버지회, 자원봉사도 하는 ‘더숲오카리나앙상블’ 등이 있다. 그리고 주부 120여명으로 짜인 아파트 작은도서관 활동가 모임이 있다.

산자락을 끼고 있는 천왕지구는 본래 그린벨트였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8개)가 들어서고 2011년 입주가 시작되면서 ‘젊은 마을’이 조성됐다. 마을축제는 신주민과 원주민이 뒤섞여 새로 발굴한 마을 의제이면서, 한가을 그들 손으로 직접 수확해낸 과실인 셈이다.

축제는 서로의 안녕을 확인하고 즐기는 작은 놀이터일 뿐 아니라, 가령 아이 교육 문제, 동네 교통안전 문제가 공유되고,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는 마을 현안도 오가는 공론장이 된다.

이 축제가 뻔했다면 두가지다. 그럼에도 동대표나 동네 부녀회가 축제 기획단의 몸통이 아니었겠냐는 의심, 그래 봐야 일회성 축제 아니냐는 냉소. 이런 의심과 냉소가 아직도 어느 아파트의 도서관을 ‘창고’로 방치하고, 마을 또한 제 주거지가 속한 행정동으로만 인식시킨다는 게 천왕동 여러 사람들의 생각이다.

■ 공동체의 어제

지난 17일 서울 구로구 천왕근린공원에서 ‘천왕 마을축제’가 열렸다. 에스에이치(SH)공사가 지은 천왕지구 8개 아파트 단지 내 소모임 30여곳이 스스로 머리를 맞대 기획하고 준비했다. 캠핑, 여행, 육아 등을 주제로 한 아버지회(‘아빠의 자격’), 천왕동 생협모임, 공동육아와 혁신학교가 관심사인 육층사람들, 엄마들로 구성된 천왕풍물단, 취미와 봉사가 만난 오카리나 동아리, 새마을지도자협의회, 그리고 단지 내 주부 120여명으로 구성된 아파트 작은도서관 활동가 모임도 그 가운데 하나다. 작은도서관 모임은 이번 축제에서 독서체험 부스를 열었다.  이정아 기자 <A href="mailto:leej@hani.co.kr">leej@hani.co.kr</A>
지난 17일 서울 구로구 천왕근린공원에서 ‘천왕 마을축제’가 열렸다. 에스에이치(SH)공사가 지은 천왕지구 8개 아파트 단지 내 소모임 30여곳이 스스로 머리를 맞대 기획하고 준비했다. 캠핑, 여행, 육아 등을 주제로 한 아버지회(‘아빠의 자격’), 천왕동 생협모임, 공동육아와 혁신학교가 관심사인 육층사람들, 엄마들로 구성된 천왕풍물단, 취미와 봉사가 만난 오카리나 동아리, 새마을지도자협의회, 그리고 단지 내 주부 120여명으로 구성된 아파트 작은도서관 활동가 모임도 그 가운데 하나다. 작은도서관 모임은 이번 축제에서 독서체험 부스를 열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지난 8월20일 천왕동 흥왕교회 1층 마을 카페엔 오전 10시께부터 20여명의 동네 주부들이 모여들었다. 30대 초반부터 60대 후반까지 계통 없이 섞였다. 눈인사가 잠깐이다. 수다가, 이윽고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정작 우리끼리도 소통이 별로 없어요. (각각 봉사 일정이) 한달 한번 보다 보니 친해지기가 어렵고, 같이 자원봉사 하면 몰라도 다음 시간 교대하는 분들이랑은 바통 체인지만 하니까.”

“전 우리 도전 과제로 ‘설득’을 꼽았어요. 우리와 (아파트) 입주민대표와의 관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고, 그 과정에선 결국 설득이 중요합니다.”

한 참가자는 “도서관의 ‘의미’를 새로 정립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카페엔 에어컨 하나 없이 선풍기만 바빴다. ‘설득’에서 ‘의미’까지 주부들도 분주했다. 불평이 없었다.

“그러니까 회식이 필요해요, 회식이.” 웃음이 터졌다. ‘우리’의 과제는 기승전을 지나 ‘회식’이었다. 유모차에 실린 아이 하나만 옥수수처럼 가지런히 잤다.

이들은 서울시 에스에이치공사가 지은 천왕지구 8개 아파트 단지의 주민이면서, 단지 안에 마련된 ‘작은도서관’ 모임의 자원봉사자다.

아파트 도서관의 존재도 잘 알려지지 않은 여타의 동네와 달리, 천왕지구는 도서관의 ‘과제’를 논의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단지별 8개의 작은도서관은 ‘마을 공동체’의 새 거점으로 본격적인 변모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니 이들은 도서관 봉사자이면서 ‘마을 활동가’인 셈이다. 난데없이 ‘설득’과 ‘의미’가 이들의 숙제로 거론된 까닭이다.

규정상 3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엔 ‘작은도서관’ 시설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많은 곳에서 닫힌 공간이다. 민간 사업자는 공간만 확보하면 될 뿐 이곳을 채우고 운영하는 건 온전히 주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천왕지구에서도 작은도서관이 도서관의 꼴을 갖추기 시작한 게 2012년 말부터였고, 2013년 상반기에나 본격화됐다. 주민이 단지에 입주한 지 2년이 다 되어서였다. 아이를 키우는 30~40대 주부들이 중심이 돼 관리소를 통해 입주자대표회의(공동주택대표회의) 등에 재정 지원을 요청했고, 스스로 봉사단(현재 120여명)을 꾸려 관리를 시작했다.

작지만 자발적인 변화에 에스에이치공사와 희망제작소가 주목했다. “집을 사는 곳(living)이 아니라 사는 것(buying)으로 여기는 세태”(박인석 명지대 건축과 교수)를 선도하는 아파트의 거주민 간 접점을 넓히고 공동체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두 기관이 2013년부터 추진해온 ‘행복한 아파트 공동체 만들기 사업’의 지렛대로서, 작은도서관의 가능성을 본 덕분이다.

에스에이치공사가 지은 천왕지구 내 작은도서관 모임은 서울 전역에서도 가장 의욕적이다. 인근에 혁신학교란 구심체가 있는데다, 30~50대 주부(학부모) 중심의 120여명이 제 발로 모여 작은도서관 운영상의 문제를 스스로 파악, 공유, 분석해 해법을 찾아왔다. 이제 관심사를 ‘마을’로 확산하려는 움직임과 논의가 활발하다.

■ 공동체의 성장통

천왕지구 내 한 단지의 관리사업 주체는 3차례 수의계약으로 선정돼 왔다. 올해 처음 공개입찰 제안이 주민들로부터 나왔다. 작은도서관의 한 자원봉사자가 동대표가 되고 입주자대표회의에 들어가면서 본격 쟁점이 됐다. “관리비 관리가 투명하지 못하고, 자료 제공도 잘 되지 않았다” 따위 뒷말이 나오고, 불만이 쌓여가던 때다.

그러나 수의계약 방침이 변경될 조짐이 없었다. 다른 단지의 작은도서관 활동가들까지 가세해 지난 7월께 결국 단지 내 피켓시위가 진행됐다. 해당 단지는 현재 공개입찰로 가닥을 잡은 상태라고 한다.

마을 내 소모임 간 접점이 넓어질수록 기존의 공동체 관리체계와 마찰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작은도서관과 관리소의 관계가 (처음엔) 그리 나쁘지 않았어요. 게다가 우린 운영비를 받는 처지잖아요. 그런데 이번 시위 때 도서관 엄마들이 많이 참여했고, 경로당 분들도 설득하고 그러니까 ‘젊은것들이 저런다’ 그런 얘기들이 (입주자대표회의 쪽에서) 나오더라고요.”(한 주민)

실제 한 단지에선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쪽에서 작은도서관 관장(자원봉사자)을 지난달 해촉하기도 했다. 관장 임기(2년) 만료 전이었다. “난방비 부담 얘기도 있었지만, 결국 작은도서관이 마을 업무에 많이 나선다는 게 이유”라고 동료 관장들은 설명한다. 결국 이 단지의 도서관은 현재 문을 닫은 상태다.

■ 공동체의 내일

지난 17일 서울 구로구 천왕근린공원에서 ‘천왕 마을축제’가 열렸다. 에스에이치(SH)공사가 지은 천왕지구 8개 아파트 단지 내 소모임 30여곳이 스스로 머리를 맞대 기획하고 준비했다. 캠핑, 여행, 육아 등을 주제로 한 아버지회(‘아빠의 자격’), 천왕동 생협모임, 공동육아와 혁신학교가 관심사인 육층사람들, 엄마들로 구성된 천왕풍물단, 취미와 봉사가 만난 오카리나 동아리, 새마을지도자협의회, 그리고 단지 내 주부 120여명으로 구성된 아파트 작은도서관 활동가 모임도 그 가운데 하나다. 작은도서관 모임은 이번 축제에서 독서체험 부스를 열었다.  이정아 기자 <A href="mailto:leej@hani.co.kr">leej@hani.co.kr</A>
지난 17일 서울 구로구 천왕근린공원에서 ‘천왕 마을축제’가 열렸다. 에스에이치(SH)공사가 지은 천왕지구 8개 아파트 단지 내 소모임 30여곳이 스스로 머리를 맞대 기획하고 준비했다. 캠핑, 여행, 육아 등을 주제로 한 아버지회(‘아빠의 자격’), 천왕동 생협모임, 공동육아와 혁신학교가 관심사인 육층사람들, 엄마들로 구성된 천왕풍물단, 취미와 봉사가 만난 오카리나 동아리, 새마을지도자협의회, 그리고 단지 내 주부 120여명으로 구성된 아파트 작은도서관 활동가 모임도 그 가운데 하나다. 작은도서관 모임은 이번 축제에서 독서체험 부스를 열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이런 일화들을 겪으면서, 작은도서관 모임에선 도서관 내 업무에만 집중하자는 의견도 만만찮게 나온다. 하지만 결국 그조차도 기존 체계와의 접점에서 담보되는 일인 모양이다.

현재 작은도서관은 8개 단지에 공통 준용할 관리 매뉴얼을 준비하고 있다. 동시에 임기, 지원금 등을 결정하는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작은도서관의 자치성을 확장하기 위해 관리규약을 개선하고자 실무 모임도 꾸려놓았다. 죽은 공간에 숨을 불어넣고 마을과의 접점을 넓히면서, 내 집 밑 작은도서관을 마을 커뮤니티로 한뼘 한뼘 발돋움시키는 모양새다.

지난해 10월 아파트 단지 안팎의 마을 기반 여러 단체들이 연대해 ‘천왕마을축제’를 치렀다. 처음이었다. 2500명가량이 인사를 나누고, 먹거리 장터, 공연, 전시, 발표회 따위 하루 행사를 즐겼다. 20여개 마을 소모임들이 ‘마을연합회’로 처음 머리를 맞댔다.

천왕지구 흥왕교회 내 1층 카페를 주민들의 자유로운 ‘마을 카페’로 활용할 수 있게 제안한 동네 주민이 축제도 제안했다. 흥왕교회 카페(‘사랑의 카페’)는 작은도서관 활동가들의 회의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17일 두번째 축제를 열었다. 김성우 마을연합회 회장은 “입주자대표회의 분들에게 다는 못했지만 ‘축제에 참여해달라’고 전화나 초대장도 드렸다. 내년엔 축제를 같이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축제를 넘어 주민들 간 화목하고 아이들 키우기 안전한 마을공동체를 만들자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송하진 희망제작소 연구원은 “지난 2년간 설치된 작은도서관들의 운영실태를 조사하고 지속가능한 운영과 아파트 공동체 거점공간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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