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학생 초상권 보호해야” 지적에 재편집 결정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들의 삶을 1년 동안 내밀하게 기록한 세월호 다큐멘터리 <나쁜 나라>가 오는 29일로 예정됐던 개봉 일정을 연기했다.
<나쁜 나라> 책임 연출자인 김진열 감독과 제작진 일동은 23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개봉을 연기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제작진은 “세월호 가족들의 고통과 아픔을 담아낸 일부 장면이 의도하지 않게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가족들을 보호하고 앞으로의 진상규명을 위한 활동에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하실 수 있게 관객과의 만남을 잠시 연기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이 언급한 ‘누군가’는 단원고 생존학생들이다. 제작진은 다큐멘터리 화면에 등장하는 생존학생들의 모습을 삭제하거나 재편집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또 “개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부분과 의도하지 않게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개봉을 기다리며 상영과 참여를 준비했던 많은 분들에게도 사과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끝으로 제작진은 “<나쁜 나라>는 여전히 살아있는 영화입니다. 더 많은 분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준비해서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찾아뵙겠다”며 “<나쁜 나라>의 개봉과 배급 준비에 함께해주시길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22일 송정근 목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쁜 나라> 영화가 나쁜 영화가 안 되길 바라면서’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단원고 생존 학생들의 얼굴이 영화에 그대로 노출된 점을 꼬집었다. 이후 누리꾼들 사이에서 “단원고 생존 학생들의 초상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송 목사는 글에서 “유가족분들뿐만 아니라 생존학생 아이들에게도 세월호 참사는 현재진행형이고 초상권이 보호되어져야 할 우리네 또 다른 자식들”이라며 “아무리 좋은 의도로 국민 앞에 감동을 주는 영화라 하더라도 생존학생들 얼굴들이 적나라하게 공개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요, 인권유린”이라고 설명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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