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버스킹(거리공연). 사진 김미향 기자
홍대 메카 된 ‘걷고 싶은 거리’
관객·뮤지션은 흥에 즐겁지만
주변상인 “소음 탓 장사 안돼”
상인들 ‘공연 가이드라인’ 제시
뮤지션 “오디션 요구 과해” 반발
마포구청과 ‘3자 협의’ 하기로
관객·뮤지션은 흥에 즐겁지만
주변상인 “소음 탓 장사 안돼”
상인들 ‘공연 가이드라인’ 제시
뮤지션 “오디션 요구 과해” 반발
마포구청과 ‘3자 협의’ 하기로
지난 25일 저녁 9시, 서울 마포 홍대입구역 인근 ‘걷고싶은 거리’에선 흥겨운 음악이 꽝꽝 울려댔다. 어쿠스틱 기타를 메고 스탠드 마이크 앞에 작은 바구니를 내려놓은 소규모 뮤지션들부터, 드럼과 젬베·카혼 같은 타악기를 동원한 그룹 사운드, 대형 앰프(확성기)를 이용해 힙합 음악을 틀어놓고 과격한 안무를 선보이는 댄서들까지, 다양한 이들이 버스킹(거리공연)에서 솜씨를 뽐냈다. 이들을 빙 둘러싸고 구경하는 수백여명의 젊은이들로 가뜩이나 붐비는 거리는 오가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아유, 소음이 너무 심해요. 시끄럽다고 손님들도 매장에 들어오지 않고 빨리 지나가버려요. 매장 입구를 막은 관객들이 쓰레기를 마구 버리고 가서 괴로워요.” 패션안경점을 운영하는 상인 ㅇ(25)씨가 거리공연을 지켜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버스킹이 인기를 끌면서 주변 거리 상인들의 시름도 높아지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아지는 데 따른 매출 효과보다는 소음 불편 때문에 못 살겠다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오후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는 거리 공연을 금지’하고, ‘소음기준(60dB)을 초과하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경고문이 붙어있지만 효과가 없다. 서교동에서 8년을 살았다는 한 주민은 “특히 홍대 걷고싶은 거리가 버스킹의 ‘성지’로 떠오르면서, 작은 기획사를 낀 뮤지션들끼리 경쟁적으로 볼륨을 높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92개 업주들이 참여하는 ‘홍대걷고싶은거리 상인회’는 주말이 되면 회원업주들로부터 “버스킹 때문에 못 살겠다”는 민원을 하루에 3,4건씩 받는다고 전했다. 상인들과 뮤지션들 사이 실랑이도 종종 벌어지곤 한다.
상인들은 이에 거리 뮤지션들과 상생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자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청 문화관광과를 찾아가 ‘홍대 앞 거리공연 질서유지 방안’을 제출했다. 이들이 만든 상생안에는 △점포 앞 3m 통행로 확보 △일몰 후 60dB이하로 소음규제 △공연 후 주변 청결 의무 부과 등 ‘거리공연 운영규칙 조항’을 담았다.
하지만 오디션을 통과한 이들에 한해 ‘사전신고’를 한 뒤, 팀당 2시간 이내의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구청에도 거리공연 관리단속부서를 지정해 달라고 한 조항을 두고 뮤지션들은 발끈하고 있다. 버스킹의 본질인 ‘자유’와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정문식 뮤지션유니온 위원장은 “가이드라인은 필요하겠지만 오디션 등 통제는 지나치다”고 말했다.
구청도 난감한 표정이다. “무대 외 장소에서 주로 이뤄지는 버스킹을 일일이 통제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윤정아 마포구청 문화관광과 주무관은 오디션 개최 요구에 대해서도 “음악전문가가 아닌 행정기관이 음악인을 상대로 (오디션을 개최해)버스킹 가능, 불가능을 구분지을 수는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마포구청은 이에 조만간 뮤지션과 상인, 행정기관 간의 ‘3자 협의 테이블’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버스킹이 인기를 끌면서 주변 거리 상인들의 시름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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