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후보 4명 발표
김수남 차장·박성재 지검장 유력시
시민단체 “공정한 검찰권 행사 의문”
김수남 차장·박성재 지검장 유력시
시민단체 “공정한 검찰권 행사 의문”
박근혜 정부의 남은 임기를 함께할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김수남(56·사법연수원 16기) 대검 차장검사와 김경수(55·17기) 대구고검장, 김희관(52·17기) 광주고검장, 박성재(52·17기) 서울중앙지검장이 추천됐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위원장 김종구)는 2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회의를 열어 이들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조만간 이들 중 한 명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할 예정이다. 검찰총장 내정자가 청문회를 무사히 마치면 김진태 검찰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12월1일 이후부터 검찰을 이끌게 된다.
추천위 관계자는 “법무부에서 특별히 미는 후보가 없었다. 위원들 간에 대체로 의견이 일치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마지막에 유력 후보로 떠오른 한 인사는 위장전입 문제로 회의 초반에 후보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검찰총장 임기 동안에는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전이 치러져, 그 어느 때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필요한 시기다. 추천위는 “정치적 중립성 등 검찰총장으로서의 적격성에 대하여 충분한 논의와 심사를 진행했다”고 밝혔지만, 유력 후보들의 과거 수사 경력을 보면 이런 설명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검찰 안팎에서는 후보들 가운데 김수남 대검 차장검사와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을 유력 후보로 꼽는다. 둘 다 티케이(TK·대구경북) 출신이고, 친박근혜계 핵심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통적으로 대검 차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총장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주요 보직으로 분류돼왔다.
김 차장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여러 차례 맡았는데, 매번 ‘정권의 뜻’을 거스르지 않았다. 대표적인 게 ‘미네르바 사건’이다. 검찰은 2008년 금융위기 때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인터넷에서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던 박아무개(37)씨를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당시 청와대로서는 경제 정책을 매섭게 비판하는 미네르바가 눈엣가시였다.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현 강력부)는 2009년 1월7일 박씨를 긴급체포했다. 김 차장은 당시 서울중앙지검의 핵심 보직인 3차장을 맡아 이 수사를 지휘했다. 3차장 산하에는 강력사건을 다루는 마약·조직범죄수사부 외에 권력형 비리를 전담하는 특수부가 있었다. 이 때문에 ‘검찰의 에이스들이 모인 곳에서 대형 사건을 제쳐두고 온라인 논객을 수사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 이 사건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이 항소하지 않아 박씨는 무죄가 확정됐다. 검찰이 박씨에게 적용한 전기통신기본법 47조1항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수원지검장으로 이동한 김 차장은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통합진보당 내란 음모 사건을 지휘해 이석기 전 의원을 구속했다. 그가 2013년 12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한 것은 이 사건을 잘 처리한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왔다.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는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하면서 정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흐지부지하게 만들어 청와대의 뜻대로 잘 마무리했다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당시 대통령기록물 유출 혐의로 기소된 조응천 전 청와대공직기강비서관은 최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박 지검장은 대검찰청 감찰2과 과장, 법무부 감찰담당관 등 비수사부서 근무 경험이 많은 편이다. 박 지검장이 일선 부장검사로 맡았던 대표적 수사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사건이었다. 2006년 당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장이었던 그는 삼성그룹 관련 4개 사건을 한꺼번에 맡아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소환 일정을 차일피일 미뤄 ‘재벌 봐주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이 회장을 기소한 것은 1년 뒤 출범한 삼성 특검이었다.
박 지검장은 올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부임한 뒤 정권의 의중이 실린 포스코 비리와 자원외교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취임 직후인 3월1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부패척결을 강조하면서, “해외자원개발과 관련한 배임, 부실투자”와 “일부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 횡령 등의 비리”를 언급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튿날 포스코건설을, 닷새 뒤인 18일 자원외교와 관련해 경남기업을 압수수색했다. 포스코 수사는 검찰이 27일 이상득(80) 전 의원을 불구속 기소하기로 결정하면서 7개월의 수사 성과로 보기엔 초라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자원외교 수사도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을 구속 기소하는 등에 그쳐 ‘용두사미’라는 지적을 받았다. 한 검찰 간부는 “김 차장은 원래부터 무리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박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장이 된 뒤로는 청와대의 심기를 거스른 적이 없다. 청와대로서는 두 사람 다 나쁠 게 없다”고 말했다.
이들과 함께 후보로 추천된 김경수 대구고검장과 김희관 광주고검장은 상대적으로 밀린다는 평이다. 김경수 고검장은 1997년 한보그룹 특혜비리 사건 수사팀에 참여하는 등 특수수사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검찰 고위 간부 중 재산이 가장 많은 게 약점이다. 김희관 고검장은 기획·공안 업무를 주로 했고 2008년 대검 공안기획관으로 근무하면서 18대 총선을 관리한 경험이 있지만, 호남 출신이란 점이 걸림돌이다. 박근혜 정부가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을 모두 호남 출신으로 임명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검찰총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의 정치적 편향성을 의식한 듯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는 최근 “검찰총장은 정치권력에 영합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능력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국민들이 검찰에 바라는 것은 공정한 검찰권 행사다. 하지만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들이 이 같은 요구를 잘 반영할 수 있는 인물인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환봉 서영지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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