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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기자회견도 국정화? 질문개수도 일방 지정

등록 2015-11-04 15:22

김정배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역사교과서 편찬방향 및 집필진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김정배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역사교과서 편찬방향 및 집필진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총리 0개→부총리 3개→국편위원장 5개로 제한
황 총리, 질문 안받고 퇴장하다 경호원들과 마찰
여론의 반대 속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고시를 강행한 박근혜 정부가 국정화 관련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 개수까지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불통 정부’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정부는 3일과 4일 이틀간 국정화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자처해 놓고 국무총리 0개, 부총리 3개, 국사편찬위원장 5개의 질문만 ‘허용’하겠다고 밝혀 기자들의 큰 반발을 샀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3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무려 15분에 걸쳐 ‘역사교육 정상화를 위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읽어내려갔다. 이미 언론과 전문가들에 의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내용을 파워포인트 자료로 만들어와 다시 현행 검정 교과서를 공격하는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브리핑룸을 가득 메운 기자들이 황 총리의 질의응답 시간을 기다렸다. 그러나 황 총리는 하고 싶은 말만 쏟아낸 뒤 예고없이 곧장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황 총리는 “올바른 역사 교육을 위한 정부의 진성성을 믿어 주십시오”라고 호소했지만, 국민들이 언론을 통해 그의 진정성을 확인할 기회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황 총리의 갑작스런 퇴장에 놀란 카메라 기자들이 순간적으로 모여들어 출구 쪽을 가로막자 경호원들이 거칠게 카메라를 밀어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마찰이 일어 기자들이 경호원들을 향해 “왜 밀어, 왜 당겨” 하고 항의하는 일도 빚어졌다.

 황 총리 퇴장 직후 발표를 시작한 황우여 부총리는 질문을 3개로 제한했다. 황 부총리의 발표가 끝나자마자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일제히 손을 들며 질문 기회를 달라는 의사를 표시했지만, 황 부총리는 교육부 대변인이 지명한 기자 세 명으로부터 질문을 받은 뒤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가파르게 치솟고 있는 국정화 반대 여론을 설득해야 할 ‘책임자’들이 실무자들한테 무거운 책임을 떠넘긴 채 자리를 회피한 셈이다.

 총리와 부총리가 떠난 뒤 질의응답을 맡은 이영 교육부 차관과 실무 책임자들 역시 국정 교과서 편찬과 관련된 구체적인 답변은 4일 국사편찬위원회 기자회견으로 미뤘다. 그러나 기대했던 국편 기자회견 역시 ‘알맹이’가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국편 기자회견의 진행을 맡은 진재관 편사부장은 김정배 위원장한테 질문을 5개만 하라고 밝혔다가 기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추가 질문을 받았다. 그러나 애초 공개하기로 했던 대표 집필진 6명 중 2명만 공개하고, 편찬기준은 이달 말께 다시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하기로 하는 등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김정배 위원장은 “집필진을 공개한다더니 왜 입장이 바뀐 건가” “공개한 대표 집필자 두 명이 다 고대사 부문인 건 이유가 있나” 등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굳게 입을 다문 채 발길을 돌렸다. 승강기를 기다리며 더는 갈 곳이 없자 마지못해 “이달 말에 집필기준안이 공개된다.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브리핑하겠다. 지금 나에게 질문하는 모든 항목은 그때 답이 다 나오니 자제하시고 그때 설명하고 답을 드리겠다”고 말하고 청사를 떠났다.

 전정윤 엄지원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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