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경영권을 두고 ‘왕자의 난’을 벌였던 롯데그룹 사태가 고소·고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법무법인 두우는 신격호(93)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롯데 계열사 대표이사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고 16일 밝혔다. 신 회장이 고소한 이들은 롯데쇼핑, 호텔롯데, 롯데물산, 롯데제과, 롯데알미늄, 롯데건설, 롯데칠성음료 등 7개 계열사 대표이사들이다. 신 회장의 고소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두우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7개 계열사 대표이사들은 지난 10월20일께부터 현재까지 총괄회장의 거듭된 서면 및 구두지시에도 불구하고 언론을 상대로 비서실장 교체 등 부당한 요구를 압박하면서 일체의 업무보고를 거부하고 지시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집단적 실력행사로 총괄회장으로 하여금 그룹 및 계열사의 중요사항에 대해 의견표명 기회조차 봉쇄하는 중대한 업무방해”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또 “롯데쇼핑 이원준 대표이사와 롯데물산 노병용 대표이사의 경우 지난 7월 및 10월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중국 투자 손실 규모를 ‘3200억원수준’으로 대폭 축소 보고해 총괄회장으로 하여금 사업계속 여부, 투자규모, 책임자 문책 등 기업 경영 및 인사업무 전반에 관한 적정한 업무집행을 방해”했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7월28일 신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그 뒤로 롯데그룹 경영권을 두고 신 총괄회장의 차남인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과 장남인 신동주(61)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갈등이 이어졌다. 결국 신동빈 회장이 8월17일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승리하면서 싸움은 마무리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은 10월부터 자신의 이름을 딴 에스디제이(SDJ) 코퍼레이션을 세우고 한국에서 활동을 벌이며 신동빈 회장을 겨냥한 소송을 일본과 한국에서 내기 시작했다.
이에 대응해 송용덕 호텔롯데 대표와 이원준 롯데쇼핑 대표는 지난달 23일 에스디제이 코퍼레이션 고문을 맡고 있는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과 정혜원 에스디제이 코퍼레이션 상무를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 쪽이 언론을 상대로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다.
신동빈 전 부회장 쪽이 선임한 신 총괄회장의 비서실장 경력도 법적 다툼의 대상이 됐다. 신동빈 전 부회장 쪽은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을 관리하겠다며 신 총괄회장의 비서실장으로 나승기씨를 임명했다고 지난달 16일 밝혔다. 하지만 당시 나씨를 언론에 ‘변호사’라고 소개한 점이 문제가 됐다. 나씨는 일본과 미국에서 법학을 공부하긴 했지만 변호사 자격증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뒤 에스디제이 코퍼레이션 쪽은 나씨의 경력을 정정했지만, 변호사 사칭 논란은 계속 이어졌다. 논란이 일던 중 호텔롯데 쪽은 지난달 30일 ‘나씨가 변호사 자격을 사칭했으니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보냈고 서울변호사회는 최근 나씨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