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영씨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백씨 쾌유 기원하며 행진하자’ 대자보
중앙대학교 한 학생이 지난 14일 민중 총궐기 대회 도중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혼수 상태인 백남기(68)씨의 쾌유를 기원하며 중앙대에서 서울대병원까지 행진하자는 제안을 담은 대자보를 붙였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지영 학생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기 중앙대에서 박정희와 전두환에 맞서 그의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이 있습니다”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신씨는 글에서 “독재정권에 맞서 어용 학도군단을 없애고 총학생회를 재건했으며, 80년 서울의 봄을 이끌어낸 사람이 있다”며 “계엄군에 체포돼 군부 정권에게 모진 고문을 당했지만 끝까지 꺾이지 않은 사람이 평생 꿈이었던 농민이 되었다”고 밝혔다. 여기서 ‘사람’은 백남기씨를 칭한다. 백씨는 1968년 서울 중앙대 행정학과에 입학해 1980년 퇴학당했다. 백씨는 12년 동안 유신 독재에 항의하다 수배 생활을 했고 군사쿠데타에 항의하다 고문을 받은 경험이 있다. ( ▶ 관련 기사 )
신씨는 이어 “11월14일, 광화문에 농민들이 피땀 흘려 애지중지 키운 쌀들을 길거리에 버리게 만드는 정부를 반대하기 위해, 자신과 다른 이들의 삶을 지켜내기 위해 그 자리에 섰다”며 “그러나 정권은 그가 온 몸으로 하는 말을, 물대포로 쓰러뜨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많은 이들은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고 합니다. 독재 정권도 사라졌고, 민주적인 헌법도 있으니 이제는 화염병과 쇠파이프를 들고 싸우는 투쟁은 그만해야 한다고 합니다”라고 하고는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과연 그에게 2015년 국가와 그가 젊은 시절에 싸웠던 국가는 얼마나 다른 모습일까요”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끝으로 신씨는 “권력에 끝까지 맞서다 쓰러진 백남기 선배님의 쾌유를 빌며 중앙인들이 함께 마음을 모았으면 좋겠다”면서 “중앙대 학생, 동문, 그리고 중앙대가 아니더라도 마음이 함께하시는 분들은 토요일(21일) 12시 중앙대에서 서울대 병원으로 향하는 행진에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이 글은 같은 날, 중앙대 곳곳에 대자보로 붙여졌다.
신씨는 20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민중 총궐기 대회 현장에 있었는데, 경찰이 쏜 물대포로 쓰러진 분은 단순히 학교 선배가 아니라 국가 권력의 희생자”라면서 “후배로서 쾌유를 바라는 마음도 크지만, 농민들이 서울까지 올라와서 목소리를 낸 결과가 이래도 되는 것인지 같이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도보 행진을 제안한 이유를 밝혔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중앙대학교 학생인 신지영씨가 학내 곳곳에 붙인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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