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본영/민간사회1부 기자
김종빈 검찰총장의 사퇴 파동은 애초 서울경찰청 보안수사대가 강정구 교수에 대해 ‘구속 의견’을 내면서 씨앗이 뿌려졌다. 경찰은 구속 의견의 주요 근거로 “객관적 입장의 전문가들”이 낸 소견서를 들이밀었다. 강 교수 견해는 학술적 차원에서 접근해도 말이 안 된다는 점이 전문가의 ‘사상 감정’을 통해 드러났다는 것이다.
경찰은 과거 국가보안법 사건에서 경찰대 부설 공안문제연구소에 ‘사상 감정’을 맡겼다. 하지만 제 편 들기 감정이고 객관성이 없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공안문제연구소는 최근 치안문제연구소로 통폐합됐다.
그러자 경찰은 이번에 외부 연구기관을 내세워 객관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 연구기관의 원장은 전혀 객관적이지 않은 인물로 드러났다. 이 기관의 원장 김아무개씨는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 재판 때 검찰 쪽 증인으로 나와 “송씨는 사이비 종교집단을 연구하기 위해 내부자적 시각으로 바라보다가 사이비 종교 자체를 신봉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기자와 통화에서 “강정구 교수의 주장은 북한 역사책을 표절한 것이고, 사실인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경찰은 이 연구기관 외의 다른 기관에는 전혀 의견을 듣지 않았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경찰이 학술적인 것은 잘 모르기 때문에, 보안수사에서는 전문가들의 소견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렇게 잘 모르면 아예 법정에 판단을 맡기든지, 다양한 의견을 골고루 들어야 했다. 극히 편향된 한 민간기관에만 감정을 맡기고 이를 객관적인 평가라고 말하는 것은 그야말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 아닌가?
이본영/민권사회1부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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