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몰카 유통 근거지 꼽히다
‘성범죄 온상’ 돼 묵과 못할 지경
여성들 중심으로 폐쇄 청원운동
“서버 있는 미국쪽과 협의중”
강신명 경찰청장 폐쇄 의지 밝혀
‘성범죄 온상’ 돼 묵과 못할 지경
여성들 중심으로 폐쇄 청원운동
“서버 있는 미국쪽과 협의중”
강신명 경찰청장 폐쇄 의지 밝혀
경찰이 여성 대상 ‘몰래카메라’(몰카) 유통의 근거지로 꼽혀온 불법 음란물 사이트 ‘소라넷’을 폐쇄하기로 했다. 1999년부터 16년째 운영돼온 소라넷은 최근 몰카를 넘어 성폭행 모의 글이 올라오는 등 각종 성범죄의 온상이 되면서 경찰의 적극적인 수사와 사이트 폐쇄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왔다.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5일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소라넷에 대한 엄격한 수사를 요구했고 강 청장이 사이트 폐쇄를 검토중이며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강 청장은 앞서 24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참석해 “현재 수사에 착수했다. 근원적인 해결을 위해 (서버가 있는) 미국 쪽과 협의해 사이트 폐쇄를 검토하고 있으며 원칙적인 합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소라넷은 가입자가 100만명으로 추산되는 국내 최대 불법 음란물 사이트다. 트위터 계정 팔로어도 38만명이나 된다. 서버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취할 수 있는 조처는 ‘접속 차단’ 정도다. 접속 차단은 서버를 폐쇄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주소로의 접속을 막는 것이어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소라넷 운영자는 방심위의 조처를 비웃듯 트위터를 통해 새 주소를 공지하는 방식으로 회원들을 관리해왔다.
16년간 음지에서 운영돼온 소라넷이 조명을 받게 된 것은 ‘점점 강도를 높여가는 소라넷상의 범죄행위를 묵과해선 안 된다’며 온라인 여성 커뮤니티와 여성단체들이 강하게 제동을 걸면서부터다. 주로 몰카 이미지나 영상을 공유해왔던 소라넷에선 최근 들어 하루 3~4건의 ‘성폭행 모의’ 글이 올라온다. 음주나 약물 복용 등으로 정신을 잃은 여성과 성관계를 가질 남성을 모집하고, 그들로부터 참가비를 받거나 동영상을 찍어 수입을 거두는 방식이다.
여성 커뮤니티에선 일종의 ‘자경단’이 구성됐다. 온라인 상의 여러 여성 커뮤니티에선 10명 안팎의 남녀 누리꾼들이 ‘소라넷 고발 프로젝트팀’을 꾸려 매일 밤 소라넷을 모니터링해왔다. 추후 소라넷 피해자들이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필요한 증거자료를 모아두기 위해서다. 고발 프로젝트팀 대표 ㄱ씨는 “성폭행 모의 글의 경우 영상이나 사진 등 후기가 올라오는 걸 보면 대부분은 실제로 벌어지는 성범죄로 보인다. 신고를 해도 경찰은 관심이 없으니 우리가 직접 나서기로 한 것이다. 우리도 할 수 있는 일을 그동안 경찰이 왜 못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제 청원 사이트인 ‘아바즈’에는 지난 9월 “강신명 경찰청장, 불법 성인 사이트 소라넷 폐쇄와 관련자 전원의 엄중한 처벌을 요구합니다”라는 청원이 개설돼 7만5000여명이 동참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도 소라넷에 대한 집단 소송을 준비하기 위해 27일까지 피해 사례를 제보받고 있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은 “경찰이 지금이라도 사이트 폐쇄에 나선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경찰이 그간 ‘해외에 서버가 있어 수사가 어렵다’고만 답해온 것을 고려하면, 그동안은 의지가 없었다는 게 아니겠나. 소라넷을 없애는 것을 넘어 온라인상의 성범죄에 대해 경중을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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