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뿌리는 캡사이신 독해 헛구역질과 구토
불법 채증에 초상권 보호위한 목적도 있어요”
세월호 희생자 언니, 페이스북에 공개 편지
불법 채증에 초상권 보호위한 목적도 있어요”
세월호 희생자 언니, 페이스북에 공개 편지
“저희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니까요.”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 2학년 최윤민양의 언니 최윤아씨가 민중총궐기 집회 참가자를 ‘이슬람국가(IS) 테러리스트’에 비유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편지가 누리꾼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
최씨는 24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바로 가기 )에 “박근혜 대통령님. 대통령님이 이 글을 꼭 보셨으면 좋겠습니다”라며 글을 실었다.
최씨는 “저는 집회현장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IS가 아닙니다. 그 어떤 테러를 한 적도 없으며, 또 앞으로 할 생각도 없다는 걸 밝힌다”며 자신이 마스크를 쓴 채 집회에 참가한 모습을 찍은 사진을 함께 올렸다.
그는 “집회 현장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은 제가 하는 일이 정당하지 않거나, 불법이라서 부끄러워서가 아니다”라고 적었다.
최씨는 집회 현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할 수밖에 없는 두 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첫 번째는 “경찰의 불법 채증에 초상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다른 이유는 “경찰이 뿌리는 캡사이신이 너무 독하여 마스크를 안 하고 있으면 직접 (캡사이신을) 맞지 않아도 계속 기침을 하고 헛구역질, 구토를 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썼을 뿐. IS도 아니고 잠재적 테러리스트도, 범죄자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최씨는 “이 글을 많은 분들이 공유하고 퍼뜨려주셔서 꼭 대통령님이 이 글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집회 현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활동한 사진을 ‘테러리스트가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당당히 올리셨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최씨의 글은 누리꾼들한테서 공감을 얻고 있다. 누리꾼들은 “저도 마스크 쓰고 싶지 않았지만, 캡사이신이 너무 독해서 썼습니다. 마스크도 없이 기침하며 서 있던 의경들에게 미안해하면서요”, “정당한 시위하는 국민들을 향해 ‘IS 테러리스트’라는 낙인효과를 노리는 발언입니다. 박 대통령은 어느 나라 대통령인가요?”, “복면 금지는 말도 안 되고 경찰들 명찰을 꼭 달게 해야 합니다”라는 등의 댓글을 남겼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에서 11·14 민중총궐기 대회를 ‘불법 폭력 사태’라고 규정하며 “복면 시위를 못 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특히 복면시위는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아이슬(‘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의 약어인 ‘ISIL’을 영어식으로 읽은 것)도 지금 그렇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 얼굴을 감추고서”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 박 대통령 “복면시위 못하게”…SNS “복면가왕도 막아라”)
하루 뒤인 25일에는 정갑윤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 32명이 집회 때 복면 착용을 금지하는 것을 뼈대로 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편, 2006년과 2009년에도 비슷한 내용의 이른바 ‘복면 금지법’이 발의된 바 있지만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이유로 통과되지 못했다. 현행 헌법(제21조 1항)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다. 2003년 10월 헌법재판소는 집회의 자유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구체화했다. “주최자는 집회의 대상, 목적, 장소 및 시간에 관하여, 참가자는 참가의 형태와 정도, 복장을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다.” 집회의 자유에 ‘복장의 자유’가 포함되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옷이나 마스크, 두건 등의 착용이 개인의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한다는 점에서 위헌성 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 헌법이 보장한 ‘집회복장의 자유’…두 차례 무산된 법을 또 추진하나)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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