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통고 이유 뜯어보니…
경찰은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과 백남기 농민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가 낸 오는 5일 집회신고를 금지 통고하며 주된 사유 중 하나로 ‘주요 도로의 교통 소통에 방해가 된다’는 점을 꼽았다.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할 경우 ‘주요 도시의 주요 도로’에서 집회·시위를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2조 1항을 근거로 든 것이다. 경찰은 지난 1일 50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체인 ‘시민단체연대회의’가 서울광장~대학로에서 집회·행진을 하겠다고 제출한 신청서에 대해서도 “집시법 12조의 금지·제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이 이 조항의 적용을 남발할 경우, 서울처럼 인구밀집도가 높은 대도시의 집회·시위를 사실상 못 하게 하는 ‘전가의 보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통 소통 위해 필요한 경우
주요 도시·도로 집회제한 가능”
세종대로~한강대로 등 16곳 해당
서울 동서남북 촘촘히 가로질러 광화문광장·탑골공원 등 포함
서울경찰청장 “여의도 둔치서 하라”
민변 “집회의 자유 과도한 제한” 집시법 시행령을 보면 ‘세종대로~한강대로’ 구간 등 서울의 16개 도로가 교통 소통을 위해 집회·시위를 제한·금지할 수 있는 ‘주요 도로’로 규정돼 있다. 이들 주요 도로는 강남의 테헤란로를 제외하면 모두 강북 지역을 거쳐 지나간다. 특히 서울 종로구 자하문터널에서 한강대교 남단에 이르는 세종대로~한강대로 10㎞ 구간에는 청와대와 광화문광장, 청계광장, 서울광장, 서울역 등 ‘집회 1번지’로 꼽히는 장소들이 대거 몰려 있다. 또 다른 주요 도로로 명시된 서울시 구로구 오류동~중랑구 망우동까지의 도로(30㎞)에도 국회의사당·광화문광장·탑골공원·종묘공원 등 집회가 자주 열리는 곳이 포함돼 있다. 주요 도로들은 연세대와 성균관대, 동국대 등 어지간한 대학들과도 인접해 있다. 이렇게 서울의 웬만한 간선도로를 전부 주요 도로로 규정한 탓에, 교통 소통 방해를 이유로 집회를 금지한다면 서울시내 어디에서도 대규모 인파가 모여 집회·시위를 할 장소가 없게 되는 모양새다. 실제 지난달 30일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집회·시위 관련 대응 방침을 발표할 때도 이런 문제가 지적됐는데, 당시 경찰은 “여의도 고수부지에 가서 하면 된다”고 답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경찰의 이런 태도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집회·시위는 본래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상징적 장소에서 하는 것”이라며 “서울 같은 인구 밀집 도시에선 도로를 제외하면 집회·시위를 전혀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법원 판례(1998년 서울고등법원)는 “교통 소통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시위 자체를 원천적으로 금지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집회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 위법하다”고 보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회·시위로 인한 불편은 민주주의의 비용인데, 경찰은 교통 불편을 이유로 사실상 집회를 허가제로 운영하고 있다”며 “경찰이 먼저 고심할 것은 집회신고를 받아줄지 여부가 아니라 집회를 열면서 교통을 원활하게 할 대책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관련영상 : 반헌법적 막말 퍼레이드, 범국민대회 집회시위, 안대희 전 대법관 총선 출마
주요 도시·도로 집회제한 가능”
세종대로~한강대로 등 16곳 해당
서울 동서남북 촘촘히 가로질러 광화문광장·탑골공원 등 포함
서울경찰청장 “여의도 둔치서 하라”
민변 “집회의 자유 과도한 제한” 집시법 시행령을 보면 ‘세종대로~한강대로’ 구간 등 서울의 16개 도로가 교통 소통을 위해 집회·시위를 제한·금지할 수 있는 ‘주요 도로’로 규정돼 있다. 이들 주요 도로는 강남의 테헤란로를 제외하면 모두 강북 지역을 거쳐 지나간다. 특히 서울 종로구 자하문터널에서 한강대교 남단에 이르는 세종대로~한강대로 10㎞ 구간에는 청와대와 광화문광장, 청계광장, 서울광장, 서울역 등 ‘집회 1번지’로 꼽히는 장소들이 대거 몰려 있다. 또 다른 주요 도로로 명시된 서울시 구로구 오류동~중랑구 망우동까지의 도로(30㎞)에도 국회의사당·광화문광장·탑골공원·종묘공원 등 집회가 자주 열리는 곳이 포함돼 있다. 주요 도로들은 연세대와 성균관대, 동국대 등 어지간한 대학들과도 인접해 있다. 이렇게 서울의 웬만한 간선도로를 전부 주요 도로로 규정한 탓에, 교통 소통 방해를 이유로 집회를 금지한다면 서울시내 어디에서도 대규모 인파가 모여 집회·시위를 할 장소가 없게 되는 모양새다. 실제 지난달 30일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집회·시위 관련 대응 방침을 발표할 때도 이런 문제가 지적됐는데, 당시 경찰은 “여의도 고수부지에 가서 하면 된다”고 답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경찰의 이런 태도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집회·시위는 본래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상징적 장소에서 하는 것”이라며 “서울 같은 인구 밀집 도시에선 도로를 제외하면 집회·시위를 전혀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법원 판례(1998년 서울고등법원)는 “교통 소통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시위 자체를 원천적으로 금지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집회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 위법하다”고 보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회·시위로 인한 불편은 민주주의의 비용인데, 경찰은 교통 불편을 이유로 사실상 집회를 허가제로 운영하고 있다”며 “경찰이 먼저 고심할 것은 집회신고를 받아줄지 여부가 아니라 집회를 열면서 교통을 원활하게 할 대책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관련영상 : 반헌법적 막말 퍼레이드, 범국민대회 집회시위, 안대희 전 대법관 총선 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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