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 제동걸린 강경대응
법원이 3일 ‘생명과 평화의 일꾼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가 낸 옥외집회 금지 통고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정부는 검찰과 경찰을 앞세워 무리한 ‘공안몰이’에 나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달 14일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과 집회 참가자가 큰 충돌을 빚은 뒤, 정부는 5일로 예정된 ‘범국민대회’를 ‘불법·폭력시위’로 낙인찍고 처벌 강화 등을 내세우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민중총궐기대회 참가자들을 이슬람국가(IS) 테러에 빗대는 등 극단적 인식을 드러냈으며, 황교안 국무총리도 지난 1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복면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익명성’에 숨어서 행하는 불법·폭력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한 채증을 통해 끝까지 추적해서 엄단하라”며 발언 수위를 높여 갔다. 검찰은 이에 맞춰 3일 ‘공무집행방해사범 엄정대응 지침’을 발표해 “복면을 쓴 불법시위 참가자가 폭력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원칙적으로 정식재판에 넘기고, 구형량도 최장 징역 1년까지 가중하겠다”고 밝혔다. 경찰관을 폭행하거나 공용물건을 손상할 경우 재판 때 구형량을 늘릴 수 있는 흉기·도구의 종류에 사다리와 밧줄도 포함하기로 했다.
경찰도 시민사회단체 등의 집회 신고를 세차례나 금지하면서 5일 집회의 원천 봉쇄에 나섰다. 지난달 14일 집회 주최자와 같다는 이유로 범대위의 집회를 막은 경찰은 3일 참여연대·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 500여곳이 모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연대회의)가 낸 집회 신고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유로 금지 통고를 해 논란을 빚었다. 이날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은 “연대회의 소속 단체들이 지난달 14일 열린 1차 민중총궐기대회 참여 단체와 다르지만, 집회시간과 행진 경로, 집회 준비물 그리고 집회 신고를 하며 낸 ‘질서유지인’ 명단 등이 앞서 집회 금지 통고를 받은 범대위의 내용과 일치한다”고 금지 이유를 설명했다. “차명 집회”라는 표현까지 썼다. 연대회의 쪽에 법적 효력도 없는 ‘준법집회 양해각서’(MOU) 체결까지 요구했던 경찰의 조처는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무리수’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김성환 방준호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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