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농성 즉시 중단 조건
50일 단식 총학부회장 병원이송
50일 단식 총학부회장 병원이송
일면 이사장을 포함해 동국대 이사 전원이 사퇴하기로 했다. 이사장·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학생·교수·교직원·스님 등의 단식·천막농성이 이어지는 등 1년 넘도록 이어졌던 학내 분규(<한겨레> 12월2일치 9면) 해결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회는 이날 오후 경기도 고양시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이사회를 열어 학내사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일면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 10명이 모두 사퇴하기로 결의했다. 임기가 시작되지 않아 공석인 이사 3명을 제외하면 이사 전원이 사퇴한 셈이다. 이사 중 한 사람인 미산 스님은 “학교를 정상화하려는 의지가 컸다”며 “사태가 이렇게 된 데는 이사장뿐만 아니라 이사들의 책임도 크다는 점에서 전원 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하지만 “현재 진행중인 단식과 농성을 즉시 중단하지 않을 경우 해당 결의는 무효로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사장과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50일 동안 곡기를 끊었던 김건중 총학생회 부회장은 이 소식을 듣고 이날 밤 밤 단식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아침 몸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병원으로 이송된 그는 이사진 전원 사퇴 결정이 이뤄진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단 푹 쉰 뒤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가겠다”는 글을 남겼다. 한만수 교수협의회장은 “일단 사태 해결의 큰 전기를 마련하게 된 것에 감사드린다”며 “학생들과 협의해서 향후 대학 정상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대한불교 조계종 종립학교인 동국대는 지난해 말부터 ‘종단이 대학 운영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논란 때문에 학내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이후 이사장에 일면 스님, 총장에 보광 스님이 임명됐는데 이들을 반대하는 교수와 학생·교직원 등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사퇴를 주장해왔다. 김 부총학생회장이 50일 동안 단식을 한 것을 비롯해, 한만수 교수협의회장은 22일 동안 단식을, 최장훈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45일 동안 고공농성을 하기도 했다. 특히 최씨의 경우 이날 “이사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투신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학생·교수·교직원·스님들의 농성으로 대학본부 앞에는 모두 9개의 천막이 설치되기도 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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