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다시 광장에 모인다. 세 번의 집회신고와 세 번의 금지통고 이후, 법원의 재판을 거쳐 열리는 집회다. 주최 쪽은 3만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5일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과 민주회복 민생살리기 범국민대회’(범국민대회)는 맨 먼저 종교인들이 광장에 모인 시민들을 맞이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오후 2시30분께부터 불교·기독교·성공회·원불교·천도교 등 종교인들이 꾸린 ‘종교인 평화연대’(가칭)가 평화집회를 염원하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평화기도를 한다.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미리 준비한 꽃 수백송이를 차벽이나 경비 병력 앞에 늘어놓으며 ‘평화의 꽃길’을 만든다. 집회 참가자와 경찰 사이의 평화지대를 만드는 셈이다. 박상진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팀장은 “평화를 원하는 시민들도 한송이씩 스스로 꽃을 준비하면 더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의 ‘복면금지법’ 추진에 항의하는 가면 행사도 펼쳐진다. 학생들은 인사동 북인사마당에 가면을 쓰고 모여 옛 국가인권위원회 건물까지 행진을 한다. 중간중간 ‘민주주의가 멈췄다’는 뜻의 퍼포먼스도 예정돼 있다. 예술가들은 오후 2시부터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집회·결사·표현의 자유를 위한 예술행동, 액숀가면’ 행사를 연 뒤 집회에 참가한다.
오후 3시부터 열리는 범국민대회 본행사에서는 지난달 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중태에 빠진 농민 백남기(68)씨의 가족이 무대에 오른다. 또 정부의 공안정국 조성, 역사교과서 국정화, 세월호 진상 규명 등과 관련한 참가자들의 발언도 이어진다. 범국민대회를 마친 시민들은 서울시청 동쪽을 지나 청계천~보신각까지 이동한 뒤, 방향을 틀어 종로 2가에서 5가를 거쳐 백씨가 입원중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까지 행진한다. 이날 저녁에는 혜화역~이화사거리 사이 인도에서 ‘백남기 쾌유 기원 촛불문화제’가 열린다. 앞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겠다고 신고한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 문화제’는 경찰과의 충돌 가능성을 우려해 취소했다.
지난달 민중총궐기 대회를 주최했던 민중총궐기투쟁본부와 범대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4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달 14일 13만명이 모여 노동개악, 밥쌀용 쌀 수입, 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 등 11대 요구안을 제시했지만, 박근혜 정부와 여당은 귀를 닫은 채 법안과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며 “위헌적 차벽 설치를 비롯해 집회 참가자들을 위축시키고 자극하는 일체의 부당한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시민들에게 “더 평화적이고도 더 자유롭게 다양한 방식으로 주권자의 뜻을 표현해 달라. 백남기씨의 쾌유를 빌어달라”고 호소했다. 경찰과 시민사회 사이에서 ‘평화집회’를 위한 중재에 나섰던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는 “집회를 평화로운 시위문화가 시작되는 전기로 만들자”며 “주최 쪽은 어떠한 어려움에도 굴함 없이 비폭력 평화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주시고, 정부 또한 평화로운 집회가 되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해 달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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