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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청년들, 주민등록증 자르고 ‘국민 사퇴 선언’

등록 2015-12-05 16:09수정 2015-12-05 22:14

청계광장에서 ‘비국민선언’…“나는 국민이 될 수 없습니다”
“박근혜정권 아래서 농민·노동자·소수자 추방당하기 때문”
대학생 이장원(23)씨는 5일 주민등록증을 잘랐다. ‘국민을 사퇴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나는 ‘중동에 가기 싫기’ 때문에 국민이 될 수 없습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대한민국에 청년들이 텅텅 빌 정도로 중동지역 일자리 창출을 해보라”는 대통령 발언을 꼬집었다. 그는 “청년실업 해결하겠다는 말씀을 취임 직후부터 했고 해외취업 같은 미사여구를 늘어놓으셨지만 정작 해외에 일자리는 쥐꼬리만큼 생겼다. 오히려 노동법을 후퇴시켜 청년들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알바노조, 청년좌파, 민중총궐기 대학본부 회원들을 비롯한 청년 80여명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비국민선언’을 했다. 오후 3시부터 열린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과 민주회복 민생살리기 범국민대회’의 사전 행사 성격이었다. 청년들은 “박근혜 정권 아래서 농민, 노동자, 소수자의 삶은 국민의 범주 바깥으로 추방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먼저 나서 국민을 사퇴하겠다”고 했다.

청년들이 국민을 사퇴하고 싶은 이유는 다양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이자 뮤지션인 서상도(27)씨는 ‘나는 락스피릿이 있기 때문에 국민이 될 수 없습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체불임금 579만원을 받기 위해 20개월 넘게 법정 싸움을 하는 동안 근로감독관에게서도, 법정에서도 계속 합의하라는 말만 들었다. 내 권리를 찾는 데 함께 나서주지 않는 나라에 답답함을 느꼈다”고 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인 용윤신씨도 “학자금 대출 600만원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갚고 있는 처지”라며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이유로 일터에서 무시당하는 순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려주고 기댈 곳이 되어주지 못한 나라를 보며 비국민선언에 나서게 됐다”고 했다.

지난달 집회 진압과정에서 보여준 국가 공권력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국민을 포기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한 박정훈(30)씨는 “나는‘전과자이기’ 때문에 국민이 될 수 없다”며 “밀양이나 강정 같은 현장, 얼마 전 민중총궐기에서도 공권력의 폭력성과 무책임함을 봤고 이 때문에 군대에 가기도 거부했었다. 그 때문에 1년6개월 징역을 살고 나와 어차피 정상적 국민 대접을 이미 못받고 있는 처지”라고 했다. 그는 “평화를 생각하는 국민들은 이 나라에서 국민으로 대접을 못받는 것 같다. 그래도 ‘노오력’을 해서 우리 같은 국민도 국민으로서 대접 받는 나라를 만들자”고 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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