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피신 중인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관음전 앞에서 김종인 부위원장(왼쪽 셋째) 등 지도부가 모여 한 위원장의 거취 관련 입장을 담은 기자회견문을 대독하기 전에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경찰 “다각적 법집행 방안 검토”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22일째 피신중인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7일 “노동개악 처리를 둘러싼 국회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조계사에 머물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조계사 관음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개악을 막아야 한다는 2000만 노동자의 소명을 차마 저버릴 수 없다”며 “노동개악 처리를 둘러싼 국회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이곳 조계사에 신변을 더 의탁할 수밖에 없음을 깊은 아량으로 품어주시길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 위원장은 “노동개악이 중단될 경우 조계종 화쟁위원회 도법 스님과 함께 출두할 것이며, 절대로 다른 곳으로 피신하지 않겠다. 그리 긴 시간이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문은 한 위원장을 대신해 민주노총 간부들이 읽었다. 여야는 지난 2일 노동 관련법을 “임시국회에서 합의처리”하기로 했다.
정웅기 조계종 화쟁위 대변인은 “국민의 법감정을 반영하여 자진출두 입장을 밝힌 것을 환영한다”며 “정부와 정치권이 노동 현안을 다루기 위한 사회적 대화의 장을 빨리 만들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반면 조계사 쪽은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이세용 조계사 종무실장은 “6일까지 머물기로 한 암묵적인 약속을 한 위원장이 지키지 않아 유감”이라고 밝혔다. 바른불교재가모임의 우희종 상임대표는 “한 위원장이 빨리 나갈 수 있길 바란다. 그러나 종교의 품 안에 들어온 사람을 내쫓는 형태가 아니라 화쟁위와 종단이 제대로 역할을 해서 당사자가 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며 화쟁위의 적극적인 중재 노릇을 강조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 위원장의 거취 표명과 관련해 “지금 단계에서는 조계사 경내 강제진입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강 청장은 그러나 “법 집행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높아지는 만큼 경찰의 선택의 폭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며 “은신이 장기화될 경우 다각적 법 집행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수지 방준호 황금비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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