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명 중 4명이 100만원도 안되는 월급을 받는 인권활동가들의 삶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지난 5월부터 모금을 시작한 ‘365 인권기금’이 모금 6달여 만에 모금액 1억원을 돌파했다. 한달 만원을 약속한 소액 후원자부터 365기금 이름에 맞춰 3650만원을 후원한 사업가까지 인권활동가와 인권운동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소중한 마음들이 모였다.
365인권기금을 운영하는 인권재단 사람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모금액이 1억원을 넘겼다(1억670만750원)고 9일 밝혔다. 매달 정기후원자는 200명을 넘겼고 “곧 추운 겨울인데 활동가들 장갑이라도 사는 데 보태달라”며 일시금으로 후원한 시민도 있었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시험 기간동안 간식을 팔아 나온 수익금 40만여원을 인권기금에 전달하기도 했다. 아이티(IT) 분야에 종사하는 한 사업가는 3650만원을 후원하면서도 본인이 알려지는 것을 극히 꺼렸다 한다. 정욜 365 인권기금 모금팀장은 “인권활동가와 인권운동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시민들이 후원을 결심하게된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렇게 모인 돈은 인권활동가·인권활동 지원사업 24곳에 5273만여원이 쓰였다. 지난 추석을 맞아 인권활동가 176명에게 효소·곶감·배즙 등 선물이 전달됐고, 이주민·병역거부자·성소수자 등 소수자들의 인권의 날을 알리는 비용으로도 쓰였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의 진술을 정리한 <숫자가 된 사람들> 출간과 인권을 다룬 영화제·연극제를 지원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4·16 인권선언’ 제정운동에도 일부가 쓰였다. 오는 22일 동짓날을 맞아 노숙인들과 팥죽을 나누기 위한 ‘365팥죽기금’ 모금을 노숙인 인권단체인 홈리스행동과 함께할 계획이다.
인권재단 사람은 세계인권선언일인 10일을 맞이해, 저녁 6시30부터 ‘후원의 밤’ 성격의 ‘365일, 사람곁에 사람’을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연다. 이 자리에서 세월호 가족들의 육성기록인 <금요일에 돌아오렴> 도서판매 수익금 1억5천만원과 필명 ‘오렌지가 좋아’로 더 널리 알려진 인권활동가 고 엄명환씨를 기리기 위해 모인 돈 4000만원이 인권재단 사람에 전달될 예정이다.
‘체온 36.5℃인 사람을 365일 생각한다’는 뜻의 365인권기금은 정기후원자 3650명을 목표로 모금을 계속한다. 박래군 ‘인권중심 사람’ 소장은 “인권운동을 이해하고 필요성을 공감하는 시민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보여주는 것”이라며 “곳곳에서 인권상황이 후퇴되고 인권의 가치가 부정되고 있는 지금일수록 인권 활동이 활발해 질 수 있게 많은 시민들의 후원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후원문의 : 02-363-5855, http://hrfund.or.kr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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