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의 ‘이화여자대학교 입시계정(@ewha_enter)’에서 재학생들이 입학 당시 자신이 받은 수능 성적표를 학생증과 함께 찍어놓은 모습.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학벌사회가 낳은 두 풍경
‘과거 자신이 치른 수능 성적표를 꺼낸다→그 옆에 대학 학생증을 나란히 놓는다→사진과 이름을 가린 뒤 찰칵, 인증샷을 찍는다→포토샵으로 ‘○여대 ○학과 ○학번 ○전형’이라 쓴다→입결(입시결과)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성적 인증샷 올리는 여대들
인스타그램에 독특한 계정 등장
이대생들이 수능성적 찍어 올려
숙명여대도 비슷한 계정 생겨 “학벌카르텔 깨질까 우려하는
대학사회 불안감 반영” 분석도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지난 11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는 독특한 계정이 하나 생겼다. 게시물 183개, 팔로어 1817명(15일 기준)을 보유한 ‘이화여자대학교 입시계정(@ewha_enter)’이다. 이화여대 학생들이 손수 운영하는데, 수능 성적을 올리는 ‘입결 인증샷’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 본교를 홍보할 수 있는 유명 졸업생들의 사진과 약력, 사법시험 합격자 배출 현황, 대학평가 순위 등도 올라온다. 비슷한 시기 ‘숙명여대 입학 응원계정’(@smwu_admission)도 생겼다. 숙명여대 학생들은 각자의 입결 인증샷은 물론 본교 출신 아나운서의 사진이나 공모전 시상 사진 등을 주로 게재한다. 이대 1학년 한서우(20)씨는 입결 인스타그램 계정을 두고 “학교가 수험생들을 위한 입시 정보를 많이 주지 않아 학생들 스스로가 수험생에게 수능 점수에 대한 정보를 주자고 나선 것”이라며, 긍정적인 학생자치 활동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수능 성적으로 대학 순위를 매기는 학벌중심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이대의 ‘레벨’(입학 성적)이 일부 서울 중하위권 대학과 비슷하다는 얘기가 나오자 ‘단지 여대라는 이유만으로 학교가 저평가되고 있다’며 발끈한 이대생들이 성적을 인증하며 ‘우리가 더 우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시민단체 학벌없는사회의 김지애 사무처장은 “대졸자의 취업시장 내 지위가 약화된 상황에서 자신들이 유지하던 학벌 카르텔이 깨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대학 사회에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고등학교로 내려간 ‘과 점퍼’ 대학교서 맞춰입는 ‘과잠’ 문화
외고·국제고 등 선발제 고교로
“주위서 학교 알아보면 으쓱” 자부심·결속력 높이기도 하지만
“집단적 우월감 빠질라” 우려도 서울 강북구의 자율형사립고 신일고에선 올해부터 신입생 전원이 녹색 야구점퍼를 맞춰 입기로 했다. 지난해 학생회 소속 일부 학생들이 학교 이름이 새겨진 빨간색 점퍼를 입어봤는데 반응이 좋자, 학교 쪽에서 올해부터 전체 학생들이 같은 점퍼를 입도록 한 것이다. 대학교 같은 과 학생들끼리 점퍼를 맞춰 입는 이른바 ‘과잠’ 문화가 외국어고와 자사고, 국제고 등 고등학교로까지 퍼지고 있다.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키우고 동문 간 결속력을 높인다는 취지다. 서울외국어고에선 몇년 전부터 독일어과 학생들이 검정 점퍼를 맞춰 입자, 올해에는 일본어과 학생들도 빨간색 점퍼를 맞춰 입었다. 같은 학교 안에서도 전공별로 점퍼 다르게 맞춰 입기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과잠 맞춰 입기는 주로 ‘잘나가는’ 선발제 고교 위주로 확산되는 추세다. 서울의 한 자사고에 다니는 민아무개(17)군은 “5만원이 넘는 비용이 부담스럽지만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닐 때 주위에서 ‘좋은 학교 다닌다’며 알아보면 자부심이 생긴다”고 했다. 대학 입학 뒤에도 출신 고교 이름이 새겨진 과잠을 입는 학생들도 있다. 올해 연세대에 입학한 부산국제고 출신 10여명은 고교 이름이 새겨진 겨자색 점퍼를 함께 맞춰 입었고, 현대고 출신 20여명은 영어로 ‘연세대+현대고 동창회’라고 적힌 회색 점퍼를 입는다. 고교에서도 과잠 문화가 퍼지는 것에 대해 학생들 사이에선 “요즘은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보다 어느 고등학교를 나왔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온다. 경기도의 한 외국어고에 다니는 남아무개(18)양은 “나도 외고에 다니지만 입학 성적이 더 높은 외고 학생들이 과잠을 입은 모습을 보면 위화감과 질투심을 동시에 느낀다”고 말했다. 최은순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회장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획득한 지위를 과시하려는 보상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고등학교 때부터 집단적 우월감에 빠질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이대생들이 수능성적 찍어 올려
숙명여대도 비슷한 계정 생겨 “학벌카르텔 깨질까 우려하는
대학사회 불안감 반영” 분석도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지난 11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는 독특한 계정이 하나 생겼다. 게시물 183개, 팔로어 1817명(15일 기준)을 보유한 ‘이화여자대학교 입시계정(@ewha_enter)’이다. 이화여대 학생들이 손수 운영하는데, 수능 성적을 올리는 ‘입결 인증샷’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 본교를 홍보할 수 있는 유명 졸업생들의 사진과 약력, 사법시험 합격자 배출 현황, 대학평가 순위 등도 올라온다. 비슷한 시기 ‘숙명여대 입학 응원계정’(@smwu_admission)도 생겼다. 숙명여대 학생들은 각자의 입결 인증샷은 물론 본교 출신 아나운서의 사진이나 공모전 시상 사진 등을 주로 게재한다. 이대 1학년 한서우(20)씨는 입결 인스타그램 계정을 두고 “학교가 수험생들을 위한 입시 정보를 많이 주지 않아 학생들 스스로가 수험생에게 수능 점수에 대한 정보를 주자고 나선 것”이라며, 긍정적인 학생자치 활동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수능 성적으로 대학 순위를 매기는 학벌중심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이대의 ‘레벨’(입학 성적)이 일부 서울 중하위권 대학과 비슷하다는 얘기가 나오자 ‘단지 여대라는 이유만으로 학교가 저평가되고 있다’며 발끈한 이대생들이 성적을 인증하며 ‘우리가 더 우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시민단체 학벌없는사회의 김지애 사무처장은 “대졸자의 취업시장 내 지위가 약화된 상황에서 자신들이 유지하던 학벌 카르텔이 깨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대학 사회에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고등학교로 내려간 ‘과 점퍼’ 대학교서 맞춰입는 ‘과잠’ 문화
외고·국제고 등 선발제 고교로
“주위서 학교 알아보면 으쓱” 자부심·결속력 높이기도 하지만
“집단적 우월감 빠질라” 우려도 서울 강북구의 자율형사립고 신일고에선 올해부터 신입생 전원이 녹색 야구점퍼를 맞춰 입기로 했다. 지난해 학생회 소속 일부 학생들이 학교 이름이 새겨진 빨간색 점퍼를 입어봤는데 반응이 좋자, 학교 쪽에서 올해부터 전체 학생들이 같은 점퍼를 입도록 한 것이다. 대학교 같은 과 학생들끼리 점퍼를 맞춰 입는 이른바 ‘과잠’ 문화가 외국어고와 자사고, 국제고 등 고등학교로까지 퍼지고 있다.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키우고 동문 간 결속력을 높인다는 취지다. 서울외국어고에선 몇년 전부터 독일어과 학생들이 검정 점퍼를 맞춰 입자, 올해에는 일본어과 학생들도 빨간색 점퍼를 맞춰 입었다. 같은 학교 안에서도 전공별로 점퍼 다르게 맞춰 입기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과잠 맞춰 입기는 주로 ‘잘나가는’ 선발제 고교 위주로 확산되는 추세다. 서울의 한 자사고에 다니는 민아무개(17)군은 “5만원이 넘는 비용이 부담스럽지만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닐 때 주위에서 ‘좋은 학교 다닌다’며 알아보면 자부심이 생긴다”고 했다. 대학 입학 뒤에도 출신 고교 이름이 새겨진 과잠을 입는 학생들도 있다. 올해 연세대에 입학한 부산국제고 출신 10여명은 고교 이름이 새겨진 겨자색 점퍼를 함께 맞춰 입었고, 현대고 출신 20여명은 영어로 ‘연세대+현대고 동창회’라고 적힌 회색 점퍼를 입는다. 고교에서도 과잠 문화가 퍼지는 것에 대해 학생들 사이에선 “요즘은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보다 어느 고등학교를 나왔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온다. 경기도의 한 외국어고에 다니는 남아무개(18)양은 “나도 외고에 다니지만 입학 성적이 더 높은 외고 학생들이 과잠을 입은 모습을 보면 위화감과 질투심을 동시에 느낀다”고 말했다. 최은순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회장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획득한 지위를 과시하려는 보상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고등학교 때부터 집단적 우월감에 빠질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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