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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검찰, 압수한 불법비디오 안돌려줘…강제집행 ‘굴욕’

등록 2015-12-16 13:52수정 2015-12-16 15:09

서울중앙지검 형사증거과가 주상필씨의 압수물이라고 내놓은 비디오 테이프들. 주씨가 운영했던 ‘복 비디오’ 상호가 적힌 스티커나 비디오 테이프 관리를 위한 바코드가 붙어 있지 않다. 주상필씨 제공
서울중앙지검 형사증거과가 주상필씨의 압수물이라고 내놓은 비디오 테이프들. 주씨가 운영했던 ‘복 비디오’ 상호가 적힌 스티커나 비디오 테이프 관리를 위한 바코드가 붙어 있지 않다. 주상필씨 제공
800여점 비디오 테이프·디브이디 행방 묘연
“연변연가와 모닝섹스 두 개는 없는 것이 맞죠?”(법원 집행관), “네. 그건 맞습니다”(검찰 직원)

15일 오후 3시께 서울중앙지검 형사증거과에는 검찰 직원과 법원 집행관, 12년 전 압수물을 되찾기 위해 9년동안 소송을 벌인 주상필씨가 마주 앉았다. 이날 형사증거과는 주씨에게 압수물을 제대로 돌려주지 않았다는 법원 판결에 따라 강제집행을 당했다. 검찰이 법원 명령으로 강제집행을 당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사건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영상협회 유아무개씨 등은 2003년 4월22일 주상필씨의 비디오 대여점을 단속했다. 당시 한국영상협회는 문화관광부에서 불법 비디오 복제 등 단속 권한을 위임받아 비디오 대여점 단속 업무를 했다. 유씨 등은 주씨의 비디오 대여점을 단속하며 2749점의 비디오 테이프와 디브이디(DVD) 등을 압수했다. 사건과 압수물은 검찰로 넘어갔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는 불법 비디오 테이프 2000여개를 보관하고 760차례에 걸쳐 고객들에게 대여한 혐의로 주씨를 기소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2005년 5월 주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에서 검찰은 공소장을 변경했다. 불법 비디오 테이프 수를 대폭 줄였다. 2심 재판부는 주씨가 불법 비디오 테이프 100여개를 보관하고 54차례 대여한 점만 인정해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문제는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압수물이었다. 법원이 몰수 대상으로 판결한 압수물은 400~500여점으로 검찰은 주씨에게 2200여점의 비디오를 돌려줘야 했다. 하지만 2005년 주씨가 돌려받은 압수물은 1484점에 불과했다. 800여점의 비디오 테이프와 디브이디의 행방이 묘연해진 것이다. 주씨는 2006년 나머지 압수물을 돌려달라며 압수물 환부 소송을 냈다. 압수물 환부 소송은 9년이 걸렸다. 2009년 열린 항소심에서 법원은 검찰이 주씨에게 압수물 240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또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240점을 돌려주라는 판결을 확정하면서 검찰이 주씨에게 추가로 압수물 637점을 더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올해 5월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서울고법은 대법원의 취지대로 주씨의 손을 들어줬고 이후 양쪽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이 판결은 확정됐다. 주씨는 그 뒤로 여러차례 자신의 압수물을 돌려달라고 검찰에 요청을 했으나 결국 돌려받지 못해 법원 명령을 받아 이날 강제집행에 나섰다.

이날 강제집행에서 형사증거과는 주씨의 것이라며 비디오 테이프와 디브이디 수백개를 내놨지만 주씨는 “검찰이 내놓은 것은 모두 내 것이 아니다”라며 수령을 거부했다. 실제로 형사증거과가 주씨의 것이라며 내놓은 비디오 테이프를 보면 ‘복 비디오’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지 않았다. 주씨는 “비디오 대여점에서 테이프에 대여점 이름과 바코드 스티커를 붙여서 관리하는 것은 상식이다. 검찰 수사자료에 첨부된 증거사진을 봐도 ‘복 비디오’라는 스티커가 붙은 비디오 테이프가 여러개 나온다. 그런데 검찰이 지금 내놓은 증거물에는 아무런 스티커도 붙어 있지 않다. 또 디브이디에 표면에 적혀 있는 글씨도 내 필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주씨의 압수물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주씨가 2005년부터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수령을 거부해서 돌려주지 못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법원이 “원고가 수령을 거부한 비디오시디가 인도청구대상 목록표의 물건 중 일부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주씨가 자신의 비디오 테이프를 돌려달라고 주장하면 검찰은 어떻게든 찾아서 돌려줘야 할 상황이다. 게다가 검찰의 주장을 뒷받침할 제대로 된 기록도 없다. 주씨가 돌려달라는 압수물은 대부분 압수물 목록에 ‘이티씨’(ETC·기타)라는 표기와 함께 수량만 기재되었을 뿐이다. 제대로 된 압수물 목록이 없으니 검찰은 실제 압수물을 하나씩 따져서 주씨의 것이라고 증명할 도리가 없다. 더욱이 법원이 주씨에게 돌려주라고 최종 판결한 연변연가와 모닝섹스 비디오 테이프가 없다는 사실은 검찰도 인정하는 내용이다.

주씨는 <한겨레>와 만나 “압수물 중에는 사업을 하기 위해 보관하던 자료 등이 있다. 이 자료들은 중요한 것이라서 꼭 찾아야 했다”라며 9년 동안 압수물 환부 소송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주씨는 또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검찰이 내 물건을 보관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 있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자는 것이 아니다. 검찰은 내 것이 아닌 압수물을 내 것이라고 말하는데, 돌려서 보면 결국 12년 전 사건이 내 것이 아닌 압수물을 근거로 조작됐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니냐. 압수물에 문제가 있다고 검찰이 인정하면 선고유예로 유죄가 인정된 사건의 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은 계속 압수물이 있다는 주장만 하고 내 물건이 아닌 것을 가져가라고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검찰이 주씨의 압수물을 제대로 보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전까지 계속 강제집행을 시도할 계획이다. 주씨는 “다음은 형사6부 창고 강제집행을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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