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의혹을 제기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17일 오후 1심 선고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5.12.17 (서울=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인 정윤회씨와 함께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칼럼을 썼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49)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이번 판결은 청와대를 의식한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제동을 거는 한편, 언론의 자유를 보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이동근)는 17일 “대통령의 세월호 침몰 사고 당일의 행적은 공적 관심 사안에 해당하므로 언론의 자유가 폭넓게 인정돼야 한다”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전 지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가토의 칼럼에 기재된 내용은 “허위 사실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정씨의 통화 목록과 관련자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세월호 침몰 당일에 정씨가 서울 종로구 평창동을 방문한 것은 맞지만, 이날 정씨는 (박 대통령이 아닌) 지인을 만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가토가 박 대통령 관련 소문이 허위임을 미필적으로나마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가토의 행위가 ‘사인’에 대한 명예는 훼손했지만 비방의 목적은 없으며 ‘대통령’이라는 공인에 대한 명예훼손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기사 작성의 주된 목적은 대한민국 정치, 사회 상황을 전달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 곳곳에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한 평가가 들어가 있는 점을 보면, 가토에게 대통령이 아닌 사인으로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법원의 판단 범위는 이 기사가 검사가 공소 제기한 범죄의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행위가 타당하다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을 조롱하고 한국을 희화화한 내용을 작성하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가토 전 지국장은 판결 선고 뒤 기자회견을 열어 “무죄는 당연하다. 한국 검찰이 애초에 기소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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