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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쿠오바디스! 대학가 ‘과잉 전도’ 시름

등록 2015-12-17 21:56수정 2015-12-18 08:52

jaewoogy@chol.com
jaewoogy@chol.com
‘전도 제재’ 말까지 등장한 캠퍼스, 왜?
“일부 과한 전도가 문제라는 점은 공감합니다만… ‘전도 제재’라는 문구는 너무 자극적인 것 아닌가요. 종교에 대한 ‘억압’을 연상시킬 수도 있어요.”

“‘내가 선배인데…’라며 새내기들이 거절해도 집요하게 전도를 하거나, 기숙사에 무단으로 들어가서 전도하는 사례 등이 접수되고 있어요. 일정 부분 제재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 쳐도 일부 학생들의 문제인데, 전도 제재란 말을 붙인다면 전체 (기독교인들이) 과도한 전도를 하고 있다는 오해가 생길 수도 있어요.”

지난달 24일 서울대 총학생회실에선 김보미 총학생회장을 비롯해 최근 구성된 총학생회 대표자 3명과 서울대기독인연합(서기연) 대표 3명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김 회장이 총학생회장 선거 당시 내걸었던 ‘전도 제재’ 공약을 어떻게 이행할지 논의하는 자리였다. 최근 학내에서 벌어지는 지나친 전도 행위로 ‘비종교인’ 학생들의 민원이 늘어나자, 김 회장은 “전도가 과할 경우 청원경찰과 함께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김 회장은 투표 참가 학생 86%의 지지로 당선됐다. 서기연 쪽은 이날 면담 자리에서 ‘전도 제재’라는 말이 불러올 편견을 우려하며 용어 자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거듭 요청했다. 서울대 총학생회와 서기연은 17일 2차 면담을 하고 ‘학내 과잉 전도 상황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한 설문조사지를 함께 만들어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기로 했다.

일부선 ‘전도충’ ‘전도몬’ 비하까지
서울대 총학서 내건 ‘제재’ 공약에
학내 기독인연합 “종교 억압” 항의

숭실대, 비종교인 학생 민원에
‘전도 허가증’ 만들어 타협점 찾아

일부에선 제재 지나치다 의견도
“서로 이해·배려하는 게 바람직”

대학 캠퍼스 안에서 전도하는 이들을 ‘전도충’, ‘전도몬’이라고 비하해 표현할 정도로 과잉 전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에 대한 제재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대에선 학기 초 기숙사 입주 때 외부 기독교 단체들이 무단으로 기숙사 안으로 들어와 학생들에게 전도를 한다는 등의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서울대 학생 ㄱ(30)씨는 “새내기 시절 한 기독교인이 다가와 갑자기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손을 잡더니 ‘(이 사람의) 죄를 용서해달라’며 내가 원치 않는 기도를 해준 적이 있다. 계단 앞 막다른 길이라 피할 수도 없었는데, 그 이후로는 전도 행위 자체가 불편하게 여겨진다”며 “전도 제재 공약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도한 ‘노방전도’(거리에 나와 적극적으로 자신이 믿는 종교를 권하는 것) 행위로 홍역을 앓는 학교는 서울대뿐이 아니다. 지난해 3월 홍익대에선 새내기들을 대상으로 하는 동아리 홍보 행사에서 “새내기들에게 과하게 전도하는 (외부)사람들이 있으니 이들을 내보내달라”는 민원이 들어와 경비원이 이들을 캠퍼스 밖으로 내보내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심민우 전 홍익대 동아리연합회장은 “과잉 전도 때문에 못 살겠다는 민원을 지난해만도 5번이나 받았다”고 말했다.

기독교계 학교인 숭실대에선 과한 전도 행위로 인해 학생사회의 갈등이 커지자 지난 10월 종교분과 소속 동아리들과의 협의 아래 ‘선교수칙’이라는 이름으로 11개 항목의 ‘전도 가이드라인’까지 만들었다. 신분증 형태의 ‘전도허가증’을 만들어 이를 패용한 이들만 학내 전도가 가능하도록 하고, 불쾌한 과잉 전도 행위를 경험했을 때 이를 신고할 수 있는 ‘종교불편신고접수’ 핫라인도 개설했다. 신고가 접수될 경우, 학생들은 직접 만든 수칙을 기준으로 과잉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윤해성 전 숭실대 동아리연합회 비상대책위원장은 “타인의 자유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칙 등을 통해 전도 활동을 제재하는 것은 다소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종진 한양대 총학생회장은 “전도 행위는 종교 동아리의 자치활동 중 하나인 만큼,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성해영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는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전도를 하거나, 거절시 욕설을 하는 등의 과잉 전도 사례는 도덕적인 잣대 등을 통해 얼마든지 통제가 가능하다”며 “굳이 별도의 전도 제재안을 만들 필요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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