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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우리 교실에 ‘노무사 친구’가 있어요

등록 2015-12-18 19:31수정 2015-12-18 21:56

서울 10대 청소년 60명
성북구 인권교육센터에서
‘또래 노동인권 상담 과정’ 수료
알바 친구들에게 노동상담
“착한 가게 나쁜 가게가 보여요”
“시장에서 알바를 했는데, 월급을 돈으로 주지 않고 과일 두 상자로 주는 사장님들도 있어요. 하지만 월급은 현금으로 줘야 해요.”

언뜻 들으면 공인노무사의 부당노동행위 상담 사례 같지만, 이 말의 주인공은 서울 성북구 고명경영고 이후석(16)군이다. 지난 15일 고명경영고에서 만난 이군은 친구들의 노동권 침해 사례를 조리있게 설명했다.

“‘야, 이 ××야 일 똑바로 안 해’, ‘뚱뚱해서 거슬린다’ 등 일 못한다고 욕먹고, 인신공격을 당하는 일도 많아요. 노동자한테 언어폭력은 안 돼요. 그런 경우엔 경찰에 신고해야 해요.”

같은 학교 장재원(17)군 역시 친구들에게 ‘노무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웨딩홀 뷔페에서 서빙 알바를 하는 친구가 ‘사장님이 알바비를 많이 깎아서 준다. 어떻게 해야 하냐’고 상담해 왔어요. 일단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비슷한 상황일 테니 먼저 공감대를 형성하라고 했어요.” 이군과 장군은 성북구와 시민모임 ‘즐거운 교육상상 인권교육센터’가 연 ‘청소년 또래 노동인권 상담사 양성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올해 3차례 운영된 양성과정을 통해 모두 60명의 또래 노동인권 상담사가 배출됐다.

알바를 하는 10대 청소년은 노동권 보장이 가장 취약한 ‘노동 약자’다. 지난 3월 성북구가 관내 청소년 58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청소년 노동인권 실태조사를 보면, 중3 이상 학생의 25% 이상이 알바를 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 가운데 22%가 최저임금을 받지 못했고 41%는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답했다. 이군, 장군과 함께 양성과정을 수료한 윤대웅(16)군은 “중3 때 알바를 처음 했는데, 교육도 제대로 시켜주지 않고 일 못한다고 끌려가 혼났다”며 “고등학생이라고 거짓말을 한 거라서, 일당을 적게 받았는데도 따질 수가 없었다”고 했다.

교실에서 같이 생활하는 친구가 노동권 침해 사례를 상담해주는 ‘또래 노동인권 상담사’는 현재 노동인권교육 가운데 가장 진화한 형태다. 양성과정은 학생들이 알바를 하면서 겪는 고충을 털어놓는 상대 1위로 ‘친구’를 꼽은 데 착안해 생겼다. 모두 8명의 학생이 양성과정을 수료한 고명경영고에선 이 학생들이 주축이 돼 지난 9월 학교 축제 당시 ‘알바노동 상담센터’를 운영하기도 했다. 이군은 “친구들을 도와주는 것도 좋지만, 교육을 받은 뒤에는 내가 알바를 하면서도 법을 지키는 가게와 그렇지 않은 나쁜 가게를 구별할 수 있게 돼 좋다”고 말했다.

‘즐거운 교육상상 인권교육센터’에서 활동하면서 양성과정 개설과 운영에 참여한 윤정섭 고명경영고 교사는 “지금 고등학생 알바를 금지하면 아마 웨딩홀이 다 문을 닫을 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직업교육을 하는 특성화고 교육과정에도 노동교육이 없다”며 “학생들이 교사나 전문상담센터보다 훨씬 편하고 쉽게 또래 상담사를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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