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이영렬 대구지검장이 21일 대구지방검찰청에서 나오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검찰 ‘2인자’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영렬(57·사법연수원 18기) 대구지검장이 승진 임명됐다. 대검찰청 차장에는 애초 서울중앙지검장 후보로 거론됐던 김주현(18기) 법무부 차관이 자리를 옮겼고, 법무부 차관에는 이창재(19기) 서울북부지검장이 승진 임명됐다.
법무부는 21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런 내용의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의 최대 관심사였던 서울중앙지검장(고검장급)은 서울 출신의 이영렬 지검장이 발탁됐다. 서울중앙지검장에 ‘티케이(대구·경북)’ 출신이 아닌 인사가 임명된 것은 2011년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 이후 4년여만이다.
이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장과 대전고검 차장, 전주지검장, 서울남부지검장 등을 역임했다. 1998년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파견 근무를 하는 등 외사 분야에 경험이 많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대통령 사정비서관을 지낸 경력도 있다. 검찰 내부에선 ‘원만한 성품으로 적을 만들지 않는다’는 평이 나온다. 최근 대구지검에서 조희팔 다단계 사기 사건을 맡아 처리해 왔다.
애초 서울중앙지검장 후보로는 김주현 차관과 함께 김진모(19기) 인천지검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특히 김 지검장은 사법연수원 동기인 우병우 민정수석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말이 나돌았지만, 결과는 남부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검찰 주변에선 우 민정수석에 대한 ‘견제’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인사로 검찰 고위 간부는 상당히 젊어졌다. 6명의 고검장 승진자 가운데 사법연수원 18기가 3명, 19기가 3명씩 배출됐다. 서울북부지검과 수원·인천·대전·대구지검 등 주요 지역 지검장에는 20기들이 전면 배치됐다. 전임자들이 18기였음을 감안하면 한 기수를 건너 뛴 ‘파격 인사’라는 말이 나온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사장의 평균 재임 기간이 매우 짧아졌다. 고위 간부 인사가 그만큼 예측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인사권자(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될만한 사람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검찰 간부는 “전체적으로 무리한 부분이 별로 눈에 보이지 않는다. 승진자들은 대부분 내부 신망이 있는 인물들이고, 지역 안배에도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승진자 17명 가운데 서울 출신이 5명, 호남 출신이 4명, 충청 출신 3명, 대구·경북 출신 3명 등이었고, 강원 출신이 1명, 부산·경남 출신 1명 등이었다.
하지만 지난 13일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승진 탈락자에 직접 전화를 걸어 사실상 강제로 사표를 받아낸 지 일주일 만에 단행될 정도로 인사가 늦어진 것을 두고서는 뒷말도 나온다. 특히 18기 선두 주자 가운데 하나였던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이 사표를 내는 과정에서 후배 검사들이 검찰 내부통신망에 글을 올리는 등 반발이 있었다. 전직 검찰총장 등 법조계 원로들도 검찰 수뇌부에 ‘검찰 인사가 청와대에 지나치게 휘둘려서는 안된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최현준 정환봉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