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자 80대 할머니 부산대에 1천만원 익명 기부
지난 14일 아침 9시께 부산 금정구에 있는 부산대 장전캠퍼스 대학본부 1층 발전기금재단 사무실에 80대 할머니가 들어왔다. 혼자서 움직이기도 힘들어 이웃의 도움을 받고 온 그는 손가방 안에서 유언장과 함께 구깃구깃 뭉텅이 돈 1000만원을 내놓았다.
“30여년 전 세상을 떠난 딸의 한을 풀어주려 모은 돈입니다. 학생들 장학금에 보태 써주세요.”
남편과 사별한 할머니는 1980년 부산대 사범대에 합격한 딸과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 하지만 딸은 84년 심장마비로 돌연 세상을 떠났다.
할머니는 그때부터 딸이 이루지 못한 학업의 한을 풀겠다고 결심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어려운 생활 여건 속에서도 생활비와 용돈을 아껴 30여년동안 1000만원을 모았다고 했다.
할머니는 손수 작성한 유언장을 컴퓨터 글씨체로 다시 써 달라고 부탁했다. “(만약 내가) 고칠 수 없는 병이라면 아무런 의료조처도 하지 말아주세요. 그냥 그대로 가게 해 주세요. 집 전세금이 조금이라도 남는다면, 내가 신세진 동사무소 복지과에 기증하고 싶습니다.”
그는 부산대 쪽에 “알리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하고 자신의 이름도 알리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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