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간 딸 만나면서 출장비 타내
홍콩대 간다더니 지인 결혼식에
자신이 추천한 직원은 월급 2배
옛 재단 비리인사들 복귀로
파행운영 재연 우려 제기돼
홍콩대 간다더니 지인 결혼식에
자신이 추천한 직원은 월급 2배
옛 재단 비리인사들 복귀로
파행운영 재연 우려 제기돼
미국 아이비리그에 유학 간 딸을 만나러 가는 데는 출장비 청구, 자신이 추천한 직원 월급은 규정의 2배 지급….
학교법인 공금을 쌈짓돈처럼 써온 덕성여대 상임이사에 대해 교육부가 징계 처분을 내리고 부당하게 쓴 금액 4500여만원을 회수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리 등으로 쫓겨났던 옛 재단 인사들이 복귀하면서, 또다시 학교 운영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21일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학교법인 덕성학원 감사결과 처분서’를 보면, 덕성학원의 상임이사인 박아무개씨는 지난해 5월 10박11일 일정으로 미국 동부지역 대학을 방문한다며 출장비 1400여만원을 타냈지만 실제로는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에 다니는 딸만 만나고 돌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지난 3월에도 출장 신청을 하고 같은 금액의 출장비를 지급받아 딸을 만났다. 2013년 12월에는 ‘홍콩대학교 교육시스템 벤치마킹’ 등의 명목으로 3박4일 출장을 떠났으나, 알고 보니 지인 결혼식에 참석한 것이었다.
박씨는 자신이 추천해 채용한 김아무개씨를 학교 부설 수익업체 관리직으로 앉히면서 규정의 2배인 1억원의 임금을 지급하게 하는 한편, 한도를 초과하는 유류비와 업무추진비를 지급하도록 하는 등 학교 회계를 마음대로 주무르기도 했다. 또 박씨는 규정상 지급 대상이 아닌데도 자신의 연세대 대학원 등록금(2400만원)을 부당 지원받았다가, 이와 관련해 민원이 제기되자 지원받은 등록금 중 일부를 반납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덕성학원은 출장 목적과 무관한 국외여행이었음에도 정확한 출장 목적 및 일정을 확인하지 않고 박씨에게 출장비를 지급했고, 박씨는 출장 업무를 수행했다는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박씨와 감독 위치에 있는 이사장에게 경고 징계 처분을 내렸다. 또한 박씨가 채용한 김씨에 대해선 연봉을 재단 규정에 맞게 시정하도록 하는 한편, 부당 지원받은 유류비와 업무추진비 470여만원을 회수하라고 재단 쪽에 통보했다.
박씨의 전횡은 2012년 7월 교육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의 결정으로 과거 학교 파행 운영으로 쫓겨났던 옛 재단 관계자들이 학교에 복귀하면서부터 우려됐던 점이다. 사분위는 학내 분규로 2001년부터 관선이사진이 파견됐던 덕성여대 재단에 대해 2012년 옛 재단 쪽에 과반수(4명)인 정이사 추천권을 준 바 있다. 박씨는 1997년 교육부 감사에서 대학자율권 침해, 부당한 학사 관여 등의 이유로 자격이 취소됐다가 나중에 소송 등을 거쳐 복귀한 박원국 덕성여대 전 이사장의 조카이자 박원택 전 이사의 아들로, 사분위의 결정으로 박씨도 상임이사가 됐다. 정진후 의원은 “옛 비리 재단 인사들이 복귀한 만큼 교육당국의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규정에 따라 학교 쪽은 공문을 받은 지난 11월6일로부터 60일 안에 교육부에 처분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덕성학원 관계자는 “감사 처분 내용과 관련해 현재 관련 행정직원들 대상 인사위원회가 진행중이라 소명 절차를 거친 뒤 판단해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덕성학원 쪽은 “박씨가 상임이사 권한을 넓게 해석해 행정적으로 문제 될지 몰랐다”고 전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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