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혁명당추진위원회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하던 중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제공 시민혁명당추진위원회
페이스북·카톡·아고라 결합형태
개발자 6명, 두달동안 협동제작
“모바일시대 직접민주주의 방법”
개발자 6명, 두달동안 협동제작
“모바일시대 직접민주주의 방법”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작은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문재호(53)씨는 난생처음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 ‘시민혁명당추진위원회’(시민혁명당) 추진위원 54명 중 한 사람으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우리 가게에 오는 손님 대부분이 서민이에요. 이분들이 ‘세상이 불공평하다’고들 얘기하면서도 정치를 해결 방법으로 생각하지 않았어요. 지금 정치권이 공평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못 만들 거라는 불신일 텐데 직접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달라지겠죠.” 시민혁명당은 ‘정치인에게 빼앗긴 정치를 시민들이 되찾아오자’며 오는 28일 정치플랫폼 ‘움직여’(http://movenow.kr)를 공개하고, 이곳에서 시민들이 다양한 의견을 모아 직접 정책을 생산하며 ‘풀뿌리 후보’도 내겠다는 계획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용 음반을 만드는 이종민(40)씨도 비슷한 이유다. 그는 “요즘 고속도로 음반 시장마저도 불법 음원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데, 음악인들을 대표해 음원 저작권에 대해 진심 어린 문제제기를 하는 정당이 하나도 없다. 제가 직접 움직여에서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움직여의 시도가 성공한다면 직업 정치인의 시대는 끝나고 시민들 모두가 정치인이 될 겁니다. 시민들의 집단지성의 힘이 정치인의 말 한마디를 능가하기를 기대하는 거죠.” 안성용 시민혁명당 창당기획단장은 움직여의 미래를 이렇게 자신했다. 스페인의 양당 체제를 무너뜨리고 2년 만에 제3당으로 거듭난 ‘포데모스’나 독일의 ‘해적당’처럼 기성정치를 심판하는 시민정치가 한국에서도 구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6명의 개발자가 지난 2개월 정도 협업해 만든 ‘움직여’는 채널, 그룹, 마당, 내방 등 4개 카테고리로 나뉘어 있는데, 참여자들이 다양한 정책 관련 정보들을 공유하며 토론을 활성화한 뒤 표결 등을 통해 합의된 결론을 도출하도록 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또 안건에 따라 ‘위임’, ‘의결정족수’, ‘투표권의 차등’ 등 규칙을 정해 일률적인 1인1표주의의 문제점을 보완하도록 고민하고 있다. 개발자 중 한 사람인 이지헌 블루스파이럴 개발담당이사는 “쉽게 생각하면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다음 아고라 같은 게시판이 결합돼 토론을 이끌고 의견을 모아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모바일 시대에 맞춘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정치 토론을 넘어 실질적인 정당 구성, 정책 제안과 선정 능력을 갖춘 플랫폼을 지향하는 것이다. 기성 정당이나 시민사회단체들도 이곳에서 시민들에게 의견을 전할 수 있다.
시민혁명당과 움직여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권영국 변호사나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등 그간 여러가지 사회적 사안에 목소리를 내온 명망가들뿐만 아니라 문씨나 이씨처럼 평범한 ‘생활인’들도 참여하고 있다. 안성용 단장은 “세월호 참사 등을 겪으며 지역 곳곳에 자생적으로 생겨난 작은 단체가 수백곳인데, 이들은 아무리 거리에 나와 외쳐도 자신들의 목소리가 정치권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며 “시민혁명당은 그들이 직접 현실정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움직여 외에도 시민들의 직접 정치 움직임은 곳곳에서 꿈틀대고 있다. 이진순 대표가 이끌고 있는 정치벤처 ‘와글’은 해외의 풀뿌리 직접민주주의 사례를 연구하며 캠프와 공개강좌 등을 연다. 배우이자 시민운동가인 문성근씨도 정치플랫폼 ‘시민의 날개’를 준비하며 시민의 직접 정치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28일 서비스 시작을 앞두고 준비작업 중인 온라인 정치플랫폼 ‘움직여’ 누리집 화면 갈무리. 시민혁명당 추진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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