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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월9일, 당신에게 드립니다

등록 2015-12-25 21:32

잡탕 같은 세상에서, 근본도 본질도 없는 것들, 뒤섞여 부글부글 끓어올라, 펄펄 끓어오를 적에. 연기 되어 피어오르는 그것, 껍질을 벗겨내는 화상, 핍절한 내피, 흐르는 고통, 37.5도 눈물, 한 줄기 연기. 연기 되어 녹아내리는 지금, 12월 26일 7시, 58분, 27초. 후회되는 것들이라면, 근본도 본질도 없는 것이, 본질의 근본을 떠들었던 시간. 사랑하지 않은 공간, 용서하지 않은 순간, 증오했던 그때. 사각사각 좀먹는 지금, 연기 되어 피어나는 지금. 나는 지금 시를 읽을래요. 하이얀 잡탕 연기 피어올라, 나 홀로 시를 맞을 시간, 1월 9일 이른 새벽. 영영 풀리지 않을 수수께끼 세상에서, 근본도 본질도 없는 것들이, 뒤섞였다 이별하는 지하철에서. 해고와 잔류, 승진과 탈락, 취업과 명퇴, 근본도 본질도 없는 것이 싸우는 사각의 월급봉투, 사각의 의자, 사각의 일터에서. 같은 곳에 살지만, 너도 나를 모른 채, 나도 너를 모른 채, 취한 밤 대도시의 왕복 12차선 도로, 검은 밤 홀로 선 노란 가로등, 그 아래 혼자인 나, 그런 집에서. 나는 조용히 시를 읽을래요. 2016년 1월9일 토요일에. 신문을 펼치고.

1월9일, 시를 드립니다.

박유리 기자 nopimuli@hani.co.kr

꽃잎2 김수영

꽃을 주세요 우리의 고뇌를 위해서
꽃을 주세요 뜻밖의 일을 위해서
꽃을 주세요 아까와는 다른 시간을 위해서

노란 꽃을 주세요 금이 간 꽃을
노란 꽃을 주세요 하얘져가는 꽃을
노란 꽃을 주세요 넓어져가는 소란을

노란 꽃을 받으세요 원수를 지우기 위해서
노란 꽃을 받으세요 우리가 아닌 것을 위해서
노란 꽃을 받으세요 거룩한 우연을 위해서

꽃을 찾기 전의 것을 잊어버리세요
꽃의 글자가 비뚤어지지 않게
꽃을 찾기 전의 것을 잊어버리세요
꽃의 소음이 바로 들어오게
꽃을 찾기 전의 것을 잊어버리세요
꽃의 글자가 다시 비뚤어지게

내 말을 믿으세요 노란 꽃을
못 보는 글자를 믿으세요 노란 꽃을
떨리는 글자를 믿으세요 노란 꽃을
영원히 떨리면서 빼먹은 모든 꽃잎을 믿으세요
보기 싫은 노란 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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