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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도 효력 손들어줬다
아들 결혼을 앞두고 있는 김아무개(56)씨는 지난달 동창 모임에 갔다가 ‘효도계약서’에 대해서 듣게 됐다. 자식에게 ‘효도’를 조건으로 재산을 물려줬다가 자식이 이를 지키지 않으면 재산을 되돌려받는 내용의 계약이었다. 김씨 부부는 노후자금으로 마련해놓은 돈 2억원을 아들의 전세계약금으로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남편이 곧 퇴직하고 나면, 마땅한 수입원이 없어 노후가 걱정됐다. 아들은 한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생활비를 보내겠다고 약속했지만 며느리가 과연 그 약속을 지킬까 의심도 들었다. 김씨는 고민 끝에 이달 초 친구의 소개로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
부모재산 자녀에 증여 대가로
노후 부양책임 지도록 약속
부유층보다 중산층 부모 많아 대법 “안지킬땐 증여 취소” 판결
전문가들 “말로만 하면 효력없어
계약조건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최근 김씨처럼 ‘효도계약서’에 대해 변호사에게 자문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장진영 변호사는 “부유층 부모보다는 집 한 채 정도 소유한 중산층 부모들이 많다. 자녀들이 ‘사업 밑천으로 지원을 해주면 평생 책임지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고 했다. 대법원 통계를 보면, 어려운 처지의 부모들이 자식을 상대로 내는 ‘부양료 지급 청구 소송’은 2003년 127건에서 2013년 250건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최근 대법원은 부모를 부양하는 조건으로 부동산을 물려받은 자식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면 재산을 되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유아무개씨는 2003년 12월 ‘효도’를 조건으로 서울의 2층짜리 단독주택을 아들에게 증여했다.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살며 부모님을 충실히 부양한다. 불이행을 이유로 한 계약 해제나 다른 조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썼다. 하지만 재산을 물려받은 뒤 아들의 태도는 달라졌다. 당시 유씨 부부는 2층에 살고, 아들은 1층에 살았지만, 아들은 부모를 잘 찾지 않았다. 아픈 어머니에게는 요양시설에 입원하라고 했다. 이에 부모가 부동산을 되돌려달라고 하자 아들은 거부했다. 법원은 부모가 아들에게 부동산을 증여한 것은 단순 증여가 아니라 받는 쪽이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부담부 증여’이기 때문에 이 의무를 지키지 않은 증여계약은 해제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유씨 부부처럼 ‘효도계약서’를 작성해야만 효도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부모가 자녀의 막연한 약속만 믿고 재산을 증여하면 자녀가 이를 지키지 않아도 재산을 되찾을 수 없다. 반면, 증여할 때 조건을 붙인 ‘부담부 증여’를 하면 계약을 어길 경우 재산을 되찾을 수 있다. 다만 효도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효도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고,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증여받은 재산은 반환한다는 문구를 꼭 넣어야 한다. 또 효도의 내용이 증여하는 재산 가치에 비해 정도가 지나치지 않아야 한다. 김용일 변호사(법무법인 길상)는 “계약서가 없으면 자식들이 증여 뒤 모른 척하더라도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말로만 효도를 약속받을 게 아니라 계약서에 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노후 부양책임 지도록 약속
부유층보다 중산층 부모 많아 대법 “안지킬땐 증여 취소” 판결
전문가들 “말로만 하면 효력없어
계약조건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최근 김씨처럼 ‘효도계약서’에 대해 변호사에게 자문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장진영 변호사는 “부유층 부모보다는 집 한 채 정도 소유한 중산층 부모들이 많다. 자녀들이 ‘사업 밑천으로 지원을 해주면 평생 책임지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고 했다. 대법원 통계를 보면, 어려운 처지의 부모들이 자식을 상대로 내는 ‘부양료 지급 청구 소송’은 2003년 127건에서 2013년 250건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최근 대법원은 부모를 부양하는 조건으로 부동산을 물려받은 자식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면 재산을 되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유아무개씨는 2003년 12월 ‘효도’를 조건으로 서울의 2층짜리 단독주택을 아들에게 증여했다.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살며 부모님을 충실히 부양한다. 불이행을 이유로 한 계약 해제나 다른 조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썼다. 하지만 재산을 물려받은 뒤 아들의 태도는 달라졌다. 당시 유씨 부부는 2층에 살고, 아들은 1층에 살았지만, 아들은 부모를 잘 찾지 않았다. 아픈 어머니에게는 요양시설에 입원하라고 했다. 이에 부모가 부동산을 되돌려달라고 하자 아들은 거부했다. 법원은 부모가 아들에게 부동산을 증여한 것은 단순 증여가 아니라 받는 쪽이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부담부 증여’이기 때문에 이 의무를 지키지 않은 증여계약은 해제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유씨 부부처럼 ‘효도계약서’를 작성해야만 효도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부모가 자녀의 막연한 약속만 믿고 재산을 증여하면 자녀가 이를 지키지 않아도 재산을 되찾을 수 없다. 반면, 증여할 때 조건을 붙인 ‘부담부 증여’를 하면 계약을 어길 경우 재산을 되찾을 수 있다. 다만 효도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효도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고,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증여받은 재산은 반환한다는 문구를 꼭 넣어야 한다. 또 효도의 내용이 증여하는 재산 가치에 비해 정도가 지나치지 않아야 한다. 김용일 변호사(법무법인 길상)는 “계약서가 없으면 자식들이 증여 뒤 모른 척하더라도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말로만 효도를 약속받을 게 아니라 계약서에 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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