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주관구매제도 2년
전국 공립 중·고교 입찰 비교
중소업체 교복 낙찰률 ‘반토막’
대형업체 작년보다 입찰 적극적
‘심사’ 학부모들은 브랜드 선호
낙찰가 상한선 근접…제도 무색
전국 공립 중·고교 입찰 비교
중소업체 교복 낙찰률 ‘반토막’
대형업체 작년보다 입찰 적극적
‘심사’ 학부모들은 브랜드 선호
낙찰가 상한선 근접…제도 무색
학교가 교복업체를 선정해 학생들의 교복을 일괄 구매하는 학교주관구매제도가 시행 2년째에 접어든 가운데, 대형 교복업체의 낙찰률이 시행 첫 해에 견줘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업체가 선정된 학교의 경우 중소업체 선정 학교보다 교복 가격이 높게 책정되는 사례가 많아, 교복 가격 안정화를 위해 도입된 주관구매제의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2015~2016 전국 공립 중·고등학교 교복 주관구매제 입찰 결과 비교·분석’ 자료를 보면, 대형교복업체 4사(스마트, 스쿨룩스, 아이비클럽, 엘리트)의 낙찰률은 중학교(34.4%→64.8%)와 고등학교(31.8%→66.9%) 모두 2배 안팎으로 증가했다. 반면 4사를 제외한 일반 중소업체의 낙찰률은 중학교(65.6%→35.2%)와 고등학교(68.2%→33.1%)로 반토막이 났다.
이같은 역전 현상은 시행 첫 해였던 지난해 주관구매제 입찰에 소극적이었던 대형교복업체 4사가 2016학년도 입찰에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유명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앞세운 대형교복업체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무조건적인 선호가 ‘경쟁 입찰’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고 중소업체들은 주장한다.
중소업체 사장 ㄱ씨는 “지난해 15개 학교에서 낙찰을 받았는데, 올해는 3개 학교만 낙찰됐다”며 “우리가 떨어진 학교는 모두 대형교복업체가 낙찰됐다”고 말했다. 20여년 동안 대형교복업체의 하청을 받아 교복을 생산하다 2년 전 중소업체를 설립한 사장 ㄴ씨는 “원래 회사에서 10년 넘게 일하던 디자이너들과 패턴사를 데려와서 교복을 만들고, 원단도 원래 회사에서 거래하던 곳이랑 똑같다”며 “그런데도 일부 학부모들은 브랜드 교복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1단계 질적 평가와 2단계 가격 평가로 이뤄지는 학교주관구매 절차 가운데, 1단계에서 ‘제안서 부적격’ 판정을 받고 2단계에는 참여조차 못하는 중소업체가 많다. 대다수 학교는 학부모들로 교복심사위원회를 꾸려 1단계 평가를 진행한다. 김동석 한국학생복사업자협의회 이사장은 “의류 전문가나 적어도 가정 교사들이 품질 평가를 해서 나온 결과라면 승복하겠지만, 평가기준도 공개되지 않고 중소업체들로서는 억울한 일”이라며 “무조건 브랜드 교복만 선호한다고 소문난 학교는 대형교복업체가 중소업체와 경쟁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을 높게 써내는 등 학부모들이 손해를 보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대형교복업체만 2단계 평가에 올라간 학교와 중소업체와 대형교복업체가 함께 2단계 평가를 받은 학교의 교복 가격 차이는 크다. 한국학생복사업자협의회 자료를 보면 대형교복업체 3곳만 2단계 평가에 올린 서울 ㅇ중의 경우 교복가격이 교육청이 정한 상한가의 95% 수준에서 결정된 반면, 중소업체와 대형교복업체 10곳을 모두 2단계 평가에 올린 서울 ㅈ중은 80% 수준에서 낙찰됐다. 유 의원실 자료를 보면, 2016년 낙찰가격이 시·도 교육청이 정한 교복가 상한선(하복 8만원 안팎, 동복 20만원 안팎)에 근접한 166개 공립고의 경우 84.3%는 대형교복업체였으며 중소업체는 15.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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