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에서 팔십살까지 고단한 노동자 삶
‘백세인생’ 노래 개사해 위트있게 패러디해
‘백세인생’ 노래 개사해 위트있게 패러디해
“이십대에 박그~네가 일자리를 주거든 아무리 발버둥쳐도 비정규직이라 전해라~.”
유튜브에 공개된 3분18초 분량의 ‘백세인생 개사곡’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화제다.
이 영상은 지난 8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북본부 총파업 결의대회 가운데 무대에 오른 고양곤 공공운수노조 전북본부 본부장이 트로트 가수 이애란씨의 곡 ‘백세인생’을 패러디해 가사를 바꿔 부른 공연 영상이다. 고 본부장이 직접 개사한 이 곡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개편을 위트 있게 풍자했다. 가사는 열여덟에서 팔십살에 이르는 노동자들의 고단한 현실을 짚었다.
백세인생 개사곡
노래는 “열여덟에 시작한 알바 하루종일 일해도 최저임금엔 택도 없을 만큼 못 미친다 전해라~”로 시작된다. 이어 “이십대에 박그~네가 일자리를 주거든 아무리 발버둥쳐도 비정규직이라 전해라~/삼십대에 박그~네가 출산하라 하거든 출산은커녕 혼자 살기도 힘들다고 전해라~/사십대에 박그~네가 날 데리러 오거든 파견인생에 팔려 댕기느라 못 간다고 전해라~”로 이어진다.
또 “오십대에 박그~네가 날 데리러 오거든 저성과자로 해고당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팔십세에 몸이 아파서 병원 한 번 갈래도 돈이 없어서 끙끙 앓다가 참는다고 전해라~”로 흐른다.
전북도립국악원에서 소리꾼으로 활동하는 고 본부장은 11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평소 판소리 가락에 사회적 이슈를 풀어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다”며 “판소리가 해학과 풍자를 담는 고유한 기능이 있어 과거 광우병 파동이 있었을 때도 지역에서 소리를 만들어서 불렀고, 최근 화제가 된 백세인생이라는 곡에 노동 악법 내용을 패러디해 가사를 넣게 됐다”고 말했다.
개사한 곡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박근혜표 노동개악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이 노래를 통해 대리만족을 하는 것 같다”며 “원곡 자체가 대중적이고 인기곡이다. 훌륭한 원곡이 있어 숟가락만 올리게 됐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2013년 발표된 이애란씨의 노래 ‘백세인생’은 고령화 시대에 한평생 천수를 누리며 살고자 하는 마음을 염라대왕에게 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노래의 후렴구인 ‘~전해라’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전해라’라는 패러디 열풍을 일으켰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사진 유튜브 영상화면 갈무리, 가사집 민주노총 전북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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