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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우리 동네엔 영어동화 읽어주는 18살 ‘언니 쌤’이 있답니다

등록 2016-01-12 20:05수정 2016-01-12 21:14

홍익대부속여고 2학년 김지현(18)양이 1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주민센터 북카페에서 ‘언니가 읽어주는 동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초등학교 1~3학년 학생들에게 영어 동화를 읽어주고 있다.
홍익대부속여고 2학년 김지현(18)양이 1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주민센터 북카페에서 ‘언니가 읽어주는 동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초등학교 1~3학년 학생들에게 영어 동화를 읽어주고 있다.
서울 서교동주민센터 한 자원봉사 이야기
지난해 9월, 서울 마포구 서교동주민센터에 ‘당찬’ 여고생 한 명이 찾아왔다. “동네 어린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해보고 싶어요.” 무턱대고 졸라대는 학생의 말을 주민센터 직원은 “뭘 믿고 네게 강의를 맡기느냐”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학생은 포기하지 않았다. 각종 영어대회에서 상을 휩쓴 이력을 소개하는가 하면, 영어동화 구연을 하는 장면을 3분 동영상으로 찍어 오는 등 직접 실력 입증에 나섰다. “동네 친구들끼리 놀면서 영어를 접할 수 있는 공간 하나만 만들어주세요. 제가 부담없고 편하게 영어를 배울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줄 수 있어요.” 다섯 차례나 주민센터를 찾아오는 학생의 ‘열의’에 탄복해, 주민센터 쪽에선 반신반의하면서도 공간 한쪽을 내주기로 결정했다. 서교동주민센터 2층 북카페엔 이렇게 김지현(18·홍익대부속여고 2학년)양이 하는 ‘언니가 읽어주는 영어동화’ 교실이 생겨났다.

서울 마포 서교동주민센터에
지난가을 한 여고생이 찾아와
“아이들에 영어 가르쳐볼게요”
설득끝 연 ‘영어동화’ 교실 인기

“애니메이션 보며 영어 깨쳐
따로 학원 안가도 잘하게 돼
아이들에 놀며 배우게 하고파”

“에브리원 라이크스 잇!”(Everyone likes it!)

12일 오전, 김지현양이 영어 동화책 <스노맨>을 읽어내려가자 탁자에 둘러앉은 초등학교 1~3학년 어린이들이 조그마한 입술을 움직이며 따라 읽어내려갔다. 올해 고3이 될 김양은 또래 친구들이 입시학원에 간 오전 시간, 주민센터에 아이들을 만나러 나왔다. 매주 한 번, 김양은 한 시간 수업시간 동안 영어동화책을 함께 읽고 수업 말미에 동화 줄거리와 느낀 점을 서로 나누는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자, 오늘 읽은 책 줄거리 얘기해볼 사람?” 수업 종료를 10여분 앞두고 김양이 아이들에게 물었다. 아이들은 서로 “내가 먼저 하겠다”며 다투듯 손을 들었다. 결국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했다. 조예린(8)양은 책을 읽은 소감을 나누는 시간에 “<키퍼 더 크라운> 동화 속에서 곰돌이가 죽은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울먹거렸다.

김양이 이런 ‘자원봉사’를 자처한 것은 자신의 ‘경험’을 동네 아이들과도 나누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다. “제가 어렸을 때 <뮬란> 같은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고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영어를 깨쳤거든요. 재밌게 하니까 학원에 가서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영어가 많이 늘었어요. 아이들한테도 부담없이 편안하게 영어에 접근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뭐, 그냥 친구들과 재밌게 놀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좋고요.” 김양의 어머니 박진경(50)씨는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겠다고 나선 딸이 처음엔 걱정스러웠다. “이제 고3이 되는데, 제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고 입시랑 연결되는 것도 아닌 활동을 하니 좀 걱정이 됐죠. 그런데 애가 성취감을 느끼는 걸 보고 그냥 놔두기로 했어요.”

김양의 수업은 아이들은 물론 부모들에게도 호응이 좋다. 수강생 이고은(8)양의 어머니 오지영(33)씨는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언니랑 놀듯 공부하니 영어 공부에 더 재미를 붙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숙자 서교동주민센터 행정민원팀장은 “지난달까지 오후 5시에 진행하던 수업을 오전 9시로 옮겼는데 아이들이 이른 시간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며 “괜찮다면 지현양이 고3이 된 뒤에도 계속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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