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7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이 열린 13일 오전 용산참사가 발생했던 서울 용산역 인근 남일당 터에서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당시 진압 책임자였던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의 총선(새누리당, 경북 경주) 출마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유가족 등은 남일당 터에서 오는 21일 용산참사 7주기 추모 촛불기도회를 열고 23일에는 추모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철거민들, 용산참사 7주기 앞두고
‘남일당 터’ 모여 책임자처벌 요구
“책임자 김석기, 총선 출마라니…”
다음주 추모촛불 기도회 등 열려
‘남일당 터’ 모여 책임자처벌 요구
“책임자 김석기, 총선 출마라니…”
다음주 추모촛불 기도회 등 열려
찬바람이 쌩쌩 불어 절로 옷깃을 여미게 했던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강로 일대엔 경쟁하듯 올라가는 주상복합건물 공사현장에서 나는 소음이 쩌렁쩌렁 울렸다. 분주한 이곳과는 달리 길 건너엔 황량하다 싶을 정도의 텅빈 공간이 있다. 7년 전 ‘용산참사’가 일어났던 ‘남일당’ 터다. 몇년째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는 이곳에 서면 본보기주택(모델하우스) 2동이 눈에 들어온다. 외벽엔 ‘누가 용산을 대표하는가’,‘동작 센트럴 서희스타힐스/조합설립인가/접수임박’이라는 대형 펼침막이 걸려 있다.
2009년 1월20일, 강제철거에 항의하며 남일당 망루에 올랐다가 경찰특공대의 진압 과정에서 숨진 철거민들을 추모하는 이들이 남일당 터에 다시 모였다. 용산참사 7주기 추모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이들은 “참사 유가족들과 생존 철거민들에겐 2009년 1월20일 이후는 멈춰진 시간이었지만, 진압 책임자 김석기(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는 공기업(한국공항공사) 사장도 모자라 총선 출마를 선언하며 유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또 지난해 민중총궐기 진압 과정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아 농민 백남기씨가 중태에 빠진 점을 상기시키며, “강신명 경찰청장이 ‘법원이 용산참사 진압도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했다’고 뻔뻔하게 말했다 한다. (무리한 경찰 진압의) 책임을 제대로 묻지 못한 것이 국가·경찰에 ‘살인면허’로 사용되고 있어 참담하기만 하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엔 용산참사 당시 현장에 함께 있던 서울 상도4동 철거민 천주석씨도 참여했다. 천씨는 용산4구역 철거민과 연대하기 위해 당시 망루에 올랐다가 실형을 선고 받고 복역하다 2013년 특별사면으로 출소했다. 그는 “저 뒤(남일당 터 뒤)에 있는 모델하우스가 홍보하는 아파트는 상도4동에 있다. 그곳엔 아직도 집들이 남아있지만 건설사는 저렇게 홍보를 하고 있다”며 “상도4동은 아직도 폐허 상태다.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남일당 터 울타리에 국화를 꽂은 이들은 오는 21일 추모 촛불 기도회와 23일 7주기 추모대회를 위해 이 자리에 다시 모일 예정이다. 매년 추모대회가 열렸지만 참사 현장에서 열리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원호 용산참사7주기 추모위원회 사무국장은 “공사가 시작되면 참사 흔적이 지워지는 셈이니 이를 마음속에 새기자는 의미로 참사 현장에서 추모대회를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침체와 조합 내부 갈등 등으로 개발사업이 지연됐던 용산4구역은 지난해 말 효성이 6479억원에 사업을 수주했다. 이곳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오피스텔·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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