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열린 민중총궐기대회 당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백남기씨의 큰딸 백도라지(앞줄 가운데)씨가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찰과 대통령에게 관련자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및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물대포 농민’ 백남기씨 딸 기자회견
영상 함께 본 경찰은 “판단의 문제”
백씨, 청장 사퇴·관련자 처벌 촉구
영상 함께 본 경찰은 “판단의 문제”
백씨, 청장 사퇴·관련자 처벌 촉구
“‘영상으로 식별이 어려웠다’는 경찰의 (기존) 해명과는 달리 사람이 쓰러진 모습이 정확히 보였습니다.”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고 중태에 빠진 농민 백남기(69)씨의 딸 백도라지(35)씨는 아버지가 쓰러진 지 두달째 되는 14일 이렇게 밝히며 “경찰청장은 책임지고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씨는 지난 12일 대전지법 홍성지원에서 판사와 변호사, 경찰 쪽 대리인이 참석한 가운데 아버지가 쓰러질 당시의 장면이 담긴 살수차 블랙박스 영상 원본을 보고 온 터였다. 백씨를 비롯한 백남기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은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에 관련자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및 사과를 촉구했다.
쓰러진 백씨에 대한 ‘정확한 식별 가능성’ 여부는 앞으로 진행될 검찰 수사와 재판에서 백씨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 책임을 판단할 ‘핵심 열쇠’다. 백씨를 비롯해 경찰 살수차 영상을 함께 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육안으로도 (차벽 앞에) 서 있는 백남기씨를 향해 물대포가 발사되고, (이를 맞은 뒤 백씨가) 쓰러지는 모습이 충분히 확인된다”며 “정확히 겨냥해 살수했는지 여부는 법원이 판단하겠지만, 백씨를 보지 못했다는 경찰의 말은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백씨 등과 함께 영상을 본 서울지방경찰청 박창환 경비3계장은 “(‘충분히 보인다’는 것은) 가치 판단의 문제”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 뒤 줄곧 살수차 내 모니터 크기가 작은데다 현장이 혼란스러워 백씨가 쓰러진 것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주장해왔다. 백씨의 가족 등은 지난해 11월18일 백씨를 중태에 빠뜨린 경찰관과 지휘자들을 살인미수 등 혐의 등으로 고발했으며,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에 배당돼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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