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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군대서 아들 잃은 부모심정 알기에…아픔 함께 나눠요”

등록 2016-01-15 19:20수정 2016-01-15 22:03

공복순 ‘군피해치유센터 함께’ 대표가 15일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사무실에서 개소식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김미향 기자
공복순 ‘군피해치유센터 함께’ 대표가 15일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사무실에서 개소식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김미향 기자
군피해치유센터 연 공복순 대표
“자식의 죽음을 경험한 부모와 그렇지 않은 부모는 마치 다른 세상 사람 같아요. 전 그 일 겪고 동네 엄마 모임에도 못 나갔죠.”

한창 자식 이야기로 대화의 꽃을 피웠을 50대 엄마는 군대에서 자식을 잃고 집 밖을 나서지 못했다.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에 문을 연 군피해치유센터 ‘함께’ 사무실에서 만난 공복순(53·사진) 대표가 지난 5년 동안의 이야기를 왈칵 쏟아냈다. 그는 2011년 4월 논산훈련소에서 훈련을 받다 뇌수막염에 걸린 뒤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노우빈(당시 21살)씨의 어머니다. 세상이 무너지는 경험이 찾아온 뒤, 아들과 함께 거닐던 시장통 풍경도 낯설어졌고, 마음속에는 자책이 끊이지 않았다.

2011년 논산서 훈련받던 아들
뇌수막염 치료 못받아 숨져

자식 잃은 고통의 나날 보내다
군문화 바꿔보겠단 대학생 만난뒤
‘나도 뭔가 해보자’ 마음먹어

폭행·자살 등 군 피해부모 위한
군피해치유 ‘함께’ 사무실 열어

그러던 공 대표를 바꿔놓은 사건은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에 참여한다던 한 대학생을 만난 뒤였다. “군 문화를 바꾸겠다던 그 학생과 밥을 먹는데, 숟가락을 들고 있던 팔에 힘이 쑥 빠졌다. 어린 대학생이 혼자 나설 때 ‘왜 나는 아들 일에 숨어만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덜컥 들었다.” 그 뒤로 ‘더 이상 숨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같은 아픔을 겪는 부모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자식이 군에서 폭행·추행·자살 등의 피해를 겪고 고통을 받는 부모들을 만났고, 기일을 챙겨주거나 재판에도 동행했다.

군 피해자 가족들과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온 공 대표는 “온돌방에서 마음이 힘든 엄마들끼리 함께 밥을 지어 먹고 맘껏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며 16일 군피해치유센터 ‘함께’ 사무실을 연다. 트라우마를 견디고 있는 군 피해 당사자나 가족을 상담 전문가와 연결해주고, 피해 사건 재판이나 기일 등을 챙기며 피해 유가족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그의 목표다.

뜻을 함께한 이들이 센터 설립에 도움을 주었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다. 사무실 운영부터 막막하다. 공 대표가 유일한 활동가라 화장실만 가도 사무실을 잠가야 한다. 남편 노동준(57)씨가 사비를 털어 사무실을 구했지만, 앞으로 활동비가 문제다.

그는 아들을 떠나보내던 날, 같은 아픔을 경험한 엄마가 ‘마음을 안정시킨다’며 대추차를 건넸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제는 제가 다른 엄마들에게 대추차를 건네려 한다”고 말했다. 센터 현판에는 아들이 좋아했다던 파란색과 백합이 새겨졌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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