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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신영복 교수 영결식 “넓은 세상 보고 싶어 바다로 간다”

등록 2016-01-18 15:39수정 2016-01-18 16:50

18일 오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대학성당에서 엄수된 고(故)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영결식에서 헌화하며 애도하는 추모객들 사이로 운구행렬이 지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18일 오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대학성당에서 엄수된 고(故)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영결식에서 헌화하며 애도하는 추모객들 사이로 운구행렬이 지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생전 고인의 ‘시냇물’ 선창 따라부르며 눈물
“우리들에 넓은 그늘 만들어주고 떠났다” 애도
“냇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 넓은 세상 보고 싶어 바다로 간다.”

이제 고인이 된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강당 화면을 가득 채웠다. 고인이 동요 ‘시냇물’을 선창하자, 영결식에 모인 추모객들은 한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불렀다. 강당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는 소리가 영결식 내내 이어졌다.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려는 이들로 영결식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지난 15일 피부암으로 세상을 떠난 신 교수의 영결식이 18일 오전 11시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대학성당(성미카엘성당)에서 열렸다. 학교장으로 치러진 이날 영결식은 성당만으로는 자리가 좁아 인근 강당(피츠버그홀)에 중계화면을 띄워 놓고 진행됐다. 두 곳 모두 복도까지 추모객들로 가득 찼다. 영하의 기온에 눈발이 날리는 날씨에도 유족과 동료 교수, 제자, 일반 시민 등 1000여명(성공회대 쪽 집계)의 인파가 모여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18일 오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대학성당에서 엄수된 고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영결식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와 조사를 낭독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등 추모객들이 고인이 생전 즐겨 부르던 동요 ‘시냇물’을 부르고 있다. 성공회대 제공
18일 오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대학성당에서 엄수된 고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영결식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와 조사를 낭독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등 추모객들이 고인이 생전 즐겨 부르던 동요 ‘시냇물’을 부르고 있다. 성공회대 제공
성공회대 교목실장 김기석 신부가 집례하는 별세기도를 시작으로 2시간가량 진행된 영결식은 고인과 인연이 각별한 이들의 추도사로 채워졌다. 고인이 20여년간의 영어 생활을 마치고 야인이 됐을 당시 그를 성공회대 교수로 초빙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성공회대 초대 총장)이 가장 먼저 조사를 낭독했다. 이 교육감은 신 교수의 저서에 수록된 유명한 글귀들을 인용하며 “불의한 재판으로 선생님의 몸은 가둘 수 있었지만, 선생님의 지성은 가둘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신 교수의 강의를 들었던 윤미연 서울여대 교수, 고민정 <한국방송>(KBS) 아나운서가 고인과의 인연을 떠올리며 추도사를 읽어 내려갔다. 윤 교수는 “신 선생님은 제자들 이름을 일일이 다 기억해 수업시간에 불러줬을 정도”라고 전했다. 추도사가 진행되는 동안 식장에는 신 교수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화면을 채웠다. 신 교수의 생전 모습이 담긴 추모영상이 끝나자, 이날 사회자로 나선 방송인 김제동씨는 “너무 비극적으로 생각하지 말자. 선생 생전에 강의가 끝난 것처럼 모두 함께 박수를 치자”고 제안했다. 식장에는 뜨거운 박수가 이어졌다.

유족 대표로 나선 신영대(고인의 친형)씨는 “무법의 시기에 홀로 감옥에서 20여년을 잘 견뎌준 것에 대해 (신 교수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고 했다.

가수 정태춘씨가 흰 국화로 둘러싸인 신 교수의 영정사진 앞에서 기타를 치며 추도의 노래로 ‘떠나가는 배’를 불렀다.

신 교수와 인연이 깊었던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 이해찬 전 국무총리,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영결식에 참석했다.

영결식이 끝나자 신 교수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려는 이들이 고인의 영정사진을 든 제자 배기표씨의 뒤를 따랐다. 고인의 주검은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서울시립 벽제 승화원으로 옮겨져 화장될 예정이며, 장지는 유족들의 의사에 따라 비공개하기로 했다. 영결식에 참석한 시민 유순예(51)씨는 “거목이신 신 교수가 우리들이 쉴 수 있는 넓은 그늘을 만들어주고 떠났다”며 “그의 향기는 후대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향 권승록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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