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 고위 관료들 줄잇는 의혹
합격자 옆 ○○○처장, ○○○청장…‘취업 내리꽂기’ 시도
여당 예비후보인 전 청장, 동서인 전 의원 친척 채용 개입
기재부 전·현직 간부에 교수도 등장…“잘 봐달라” 청탁 정황
합격자 옆 ○○○처장, ○○○청장…‘취업 내리꽂기’ 시도
여당 예비후보인 전 청장, 동서인 전 의원 친척 채용 개입
기재부 전·현직 간부에 교수도 등장…“잘 봐달라” 청탁 정황
2012년 중진공 하반기 공채 서류전형 합격자 명단에 등장하는 현직 차관급 인사는 자신의 아들을 중진공에 채용시키기 위해 청탁에 나섰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합격자 명단 비고란에 ‘○○○ ○○처장 자(子)’라고 적혀 있는 이 인사는 직원을 시켜 직접 중진공을 찾아가 자신의 아들에 대한 채용 청탁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의혹은 감사원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감사원 조사를 받은 중진공 직원이 상부에 보고한 내부 문건을 보면, 이 직원은 감사원에서 “원서 접수 뒤 정부 부처 직원이 중진공에 찾아와 ‘처장 아들이 원서접수를 했으니 공식 발표 전에 합격 여부를 알려줄 수 없겠느냐’고 묻고 갔다”고 진술했다. 채용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은 원서 접수 단계에서 합격 여부를 알려달라고 요청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데도 감사원은 더이상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해당 부처 관계자는 “업무 성격상 중진공 방문은 자주 있지만, 청탁은 없었다. 기관장 아들은 정당한 절차를 거쳐 합격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전직 정부 부처의 장은 2012년 공채 지원자 두 명에 대해 취업 청탁을 했다. 이 중 한 지원자는 감사원과 검찰 조사에서 성적 조작 사실이 드러났다. 이 지원자는 <한겨레>취재 결과, 청탁자와 동서 사이인 전 국회의원의 친척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전직 부처의 장은 “지인의 친척인데, 중진공에 지원한 사실만 확인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진공 이사장을 지내기도 했으며, 현재 대구 지역에서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해 있다.
기획재정부 전·현직 고위 간부도 채용 청탁 정황이 드러났다. 전직 기재부 기조실장이던 한 인사는 2012년 3월 중진공에서 박 전 이사장을 만나 지원자에 대해 “잘 봐달라”는 취지로 취업 청탁을 했다. 이 지원자는 애초 지원 분야에서는 탈락권이었으나, 박 전 이사장의 지시를 받은 중진공 직원이 지원 분야를 바꾸는 방법을 써서 합격시켰다. 검찰은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도 해당 실장의 청탁이 위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현직 기재부 고위 간부도 2012년 하반기 중진공 신입 합격자 이름 옆에 ‘○○○ 국장’으로 등장한다. 이 간부는 청탁 의혹이 제기된 2012년 당시 공공기관 평가를 담당하는 업무를 총괄하는 국을 맡았다. 이 합격자는 <한겨레>취재 결과 2012년 이 간부와 같은 국에서 근무하던 한 사무관의 동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해당 기재부 간부는 “사무관이 당시 내 밑에서 일한 것은 맞지만 내가 동생의 취업을 청탁한 사실은 없다. 내 이름이 왜 들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획예산처 차관 출신인 현직 대학교수도 2012년 하반기 중진공 신입 합격자 명단 비고란에 이름을 올렸다. 이 교수의 경우 해당 지원자와 스승-제자 사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교수는 “당시 우리 대학원에 첫 졸업자가 나왔다. 제자들의 취업을 위해 여러 공공기관과 기업들에 전화를 하거나 만나서 잘 봐달라는 부탁을 했다”면서도 “당시 내가 직접 중진공에 전화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꾸린 공공기관 평가단의 단장을 맡았다.
청탁자 가운데 기재부 간부 출신이 많은 것은 기재부의 막강한 권한뿐만 아니라 인맥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채용 비리 발생 당시 중진공 이사장이었던 박철규씨는 기재부 대변인과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한겨레>는 박 전 이사장에게 수차례 연락을 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최현준 정환봉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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