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3년 중진공 문서 들여다보니
검찰과 감사원이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관계 고위 인사들의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채용 청탁 정황을 확보하고도 관련 조사를 벌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부실 수사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한겨레>가 입수한 2012~2013년 중진공 채용 관련 내부 문건은 검찰과 감사원도 대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두 기관은 정·관계 유력 인물들의 이름이 어떤 이유로 입사지원자 이름 옆에 적혀 있는지, 실제 채용 청탁이 이뤄졌는지 등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감사원의 경우 중진공 채용 관련 서류에 청탁자로 보이는 이름이 적혀 있는데도 당사자의 최종 합격 여부 정도만 확인한 뒤 추가 조사를 벌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자 이름 옆 ‘갑’ 이름
감사원·검찰 청탁의혹 서류 확보
감사원, 당사자 합격 여부만 확인
청탁자 소속기관 상대 조사 안해 검찰, 최경환 서면조사로 끝
일부의원 청탁정황 알고도 덮어
“갑 수사포기하면 비리 못끊어” 검찰 수사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지난해 9월 감사원으로부터 중진공 채용 비리 자료를 넘겨받았고 지난해 10월에는 중진공을 상대로 한 압수수색을 통해 자료를 추가로 확보했다. 하지만 검찰은 기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난 성적 조작자 4명에 대한 수사 결과만 내놓았을 뿐이다. 관심을 모았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에 대해 검찰은 수사 막판 서면조사만 딱 한 차례 진행했고, 다른 청탁자들에 대해서도 “범죄에 이를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 역시 <한겨레> 취재 결과 추가로 드러난 국회의원과 전·현직 정부부처 기관장, 기획재정부 고위 간부 등의 이름이 담긴 문서를 확보했지만 청탁 여부를 확인하는 최소한의 과정도 거치지 않았다. 이러한 수사 행태는 검찰의 다른 사건 수사와 큰 차이를 보인다. 인천지검 외사부는 2012년 외국인 학교 부정 입학 비리 수사를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재벌가와 정·관계 유력 인사들이 자녀를 외국인 학교에 부정 입학시킨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100여명의 학부모들을 수사 대상에 올려놓았으며 이들 중 상당수를 직접 소환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과정을 거친 검찰은 2012년 11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부정 입학에 연루된 학부모 47명과 브로커 6명을 재판에 넘겼다. 당시 검찰이 기소한 학부모들 중에는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의 딸,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조카며느리 등 유력 인사들의 가족과 친·인척들은 물론 재벌가 가족들도 포함됐다. 하지만 중진공 채용비리 사건에서 검찰은 10명의 청탁 정황을 확보하고도 청탁자를 상대로 한 조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애초에 수사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출신의 금태섭 변호사는 “청탁자로 의심되는 사람들이 중진공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면, 범죄 혐의 입증은 별개로 하더라도 당사자를 상대로 서면조사나 소환조사 등의 방법으로 최소한의 확인은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청탁 정황이 담긴 증거가 있고 이름까지 확인됐는데도 수사를 하지 않았다면 조사를 받는 중진공 직원들에게 ‘검찰이 수사 의지가 없다’라는 나쁜 신호를 주게 된다. 이런 신호는 채용 청탁 의혹에 연루된 중진공 직원들이 본래 사건인 최경환 전 부총리 채용 청탁 의혹과 관련해서도 ‘사실대로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로 읽혔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의 한 검찰 간부는 “은밀하게 이뤄지는 청탁 사실을 밝히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지 입증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 것은 맞다. 하지만 어렵고 복잡하다는 이유로 ‘갑’인 청탁자 수사를 포기하고 ‘을’만 처벌하는 일이 반복되면 채용비리와 같은 문제는 영원히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환봉 최현준 기자 bonge@hani.co.kr
감사원·검찰 청탁의혹 서류 확보
감사원, 당사자 합격 여부만 확인
청탁자 소속기관 상대 조사 안해 검찰, 최경환 서면조사로 끝
일부의원 청탁정황 알고도 덮어
“갑 수사포기하면 비리 못끊어” 검찰 수사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지난해 9월 감사원으로부터 중진공 채용 비리 자료를 넘겨받았고 지난해 10월에는 중진공을 상대로 한 압수수색을 통해 자료를 추가로 확보했다. 하지만 검찰은 기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난 성적 조작자 4명에 대한 수사 결과만 내놓았을 뿐이다. 관심을 모았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에 대해 검찰은 수사 막판 서면조사만 딱 한 차례 진행했고, 다른 청탁자들에 대해서도 “범죄에 이를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 역시 <한겨레> 취재 결과 추가로 드러난 국회의원과 전·현직 정부부처 기관장, 기획재정부 고위 간부 등의 이름이 담긴 문서를 확보했지만 청탁 여부를 확인하는 최소한의 과정도 거치지 않았다. 이러한 수사 행태는 검찰의 다른 사건 수사와 큰 차이를 보인다. 인천지검 외사부는 2012년 외국인 학교 부정 입학 비리 수사를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재벌가와 정·관계 유력 인사들이 자녀를 외국인 학교에 부정 입학시킨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100여명의 학부모들을 수사 대상에 올려놓았으며 이들 중 상당수를 직접 소환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과정을 거친 검찰은 2012년 11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부정 입학에 연루된 학부모 47명과 브로커 6명을 재판에 넘겼다. 당시 검찰이 기소한 학부모들 중에는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의 딸,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조카며느리 등 유력 인사들의 가족과 친·인척들은 물론 재벌가 가족들도 포함됐다. 하지만 중진공 채용비리 사건에서 검찰은 10명의 청탁 정황을 확보하고도 청탁자를 상대로 한 조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애초에 수사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출신의 금태섭 변호사는 “청탁자로 의심되는 사람들이 중진공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면, 범죄 혐의 입증은 별개로 하더라도 당사자를 상대로 서면조사나 소환조사 등의 방법으로 최소한의 확인은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청탁 정황이 담긴 증거가 있고 이름까지 확인됐는데도 수사를 하지 않았다면 조사를 받는 중진공 직원들에게 ‘검찰이 수사 의지가 없다’라는 나쁜 신호를 주게 된다. 이런 신호는 채용 청탁 의혹에 연루된 중진공 직원들이 본래 사건인 최경환 전 부총리 채용 청탁 의혹과 관련해서도 ‘사실대로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로 읽혔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의 한 검찰 간부는 “은밀하게 이뤄지는 청탁 사실을 밝히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지 입증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 것은 맞다. 하지만 어렵고 복잡하다는 이유로 ‘갑’인 청탁자 수사를 포기하고 ‘을’만 처벌하는 일이 반복되면 채용비리와 같은 문제는 영원히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환봉 최현준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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