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일 이른바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행정소송을 심리하고 있는 재판부가 선고를 이틀 앞두고 갑자기 변론재개를 결정해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반정우)는 세월호 침몰사고가 난 2014년 4월16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뤄진 서면·구두 보고와 박 대통령의 행적 등의 정보에 대한 비공개처분을 취소하라며, <한겨레>가 청와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청구소송의 선고를 애초 21일 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19일 돌연 변론재개 결정을 했다. 다음 변론기일은 3월8일로 잡혔다.
재판부는 변론재개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 “재판부가 비공개 심사를 위해 서면보고 정보를 제출하라고 했지만 청와대 쪽은 제출할 수 없다고만 했을 뿐, 이 자료가 정보공개법 20조3항에서 규정한 ‘정보제출을 면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아무런 주장·증명을 하지 않고 있다”며 “청와대 쪽은 이에 대해 입증할 증거를 제출해야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청와대 쪽은 이 사건 정보가 진행중인 재판 또는 수사, 공소의 제기 및 유지에 관한 사항이어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고, 이 사건 정보 중 개인에 관한 사항이 포함돼 있어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 결정을 했는데 이 사유들에 대해 아무런 주장·증명을 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에 대해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선 재판과정에서 청와대는 박 대통령에 대한 서면보고 자료는 존재하지만, 유선이나 대면으로 이뤄진 구두보고는 녹음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라 자료가 존재하지 않고, 박 대통령의 행적도 공식 일정이 아닌 경우 대통령의 일정이나 구체적인 위치는 관리하고 있지 않아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재판부는 심리를 위해 서면보고 자료를 비공개로 재판부에 제출하라고 두 차례에 걸쳐 명령했지만 청와대는 뚜렷한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제출을 끝내 거부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21일로 선고기일을 잡았다가 선고를 이틀 앞둔 19일 갑자기 변론재개 결정을 한 것이다.
이를 두고 재판부가 민감한 사건의 선고를 하는 데 부담을 느껴 ‘폭탄 돌리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다음달 법원 정기인사가 예정돼 있어 재판부가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행정소송의 <한겨레> 쪽 법률대리인인 정민영 변호사는 20일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청와대 쪽에서 재판의 핵심 쟁점인 정보 비공개 사유에 대해 별다른 입증도 하지 않고, 재판부의 비공개 자료 제출 명령도 두 차례나 따르지 않았다”며 “재판에서 입증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패소의 부담을 청와대가 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녹색당도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에서 청와대를 상대로 <한겨레>와 유사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선고 기일이 잡혔다가 재판부가 청와대 쪽에 이 사건 정보를 비공개로 제출하라며 변론재개 결정을 한 뒤 재판이 계속 진행중이다. 녹색당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변호사)은 “선고 기일이 잡혔다가 변론이 재개된 이후 재판이 5개월째 늘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보공개소송에서 정보비공개 결정에 대한 입증책임은 행정기관에 있고, 입증하지 못하면 재판부가 공개 판결을 하면 되는데 재판부가 청와대를 의식하는 것인지 너무 소극적이다”고 말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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