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두개의 문’ 스틸컷
생존자 증언으로 당시 ‘망루’ 재현
김일란 감독 “용산은 아직도 진행중”
촬영 마쳐…9월 DMZ영화제 첫 상영
김일란 감독 “용산은 아직도 진행중”
촬영 마쳐…9월 DMZ영화제 첫 상영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으로 누적관객수 7만3000여명을 기록하며 용산참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다큐멘터리영화 <두개의 문>(2012)의 속편이 제작된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미디어공동체 ‘연분홍치마’가 제작을 맡았는데, 용산4구역 남일당 망루 생존자들의 증언이 담길 계획이다.
지난 19일 서울 망원동 연분홍치마 작업실에서 만난 김일란·이혁상 감독은 “2편은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참사가 왜 아직 끝나지 않았는가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1편이 참사 당시 촬영된 영상·수사기록·경찰증언·재판과정 등에서 밝혀진 사실을 중심으로 분석적으로 사건을 재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2편은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마음’을 보겠다는 것이다.
두 감독은 용산참사 당시 망루에서 불을 내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뒤 특별사면으로 출소한 이충연 당시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천주석·지석준·김창수·김주환씨 등 생존자들의 삶을 4년째 영상에 담아왔다. 이들의 대부분은 참사 당시 망루에서 추락하는 등 육체적인 후유증과 더불어 정신적인 트라우마로 고통을 받고 있다.
김 감독은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유가족들이 겪는 고통과 생존자들이 겪는 고통이 단순 비교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함께 이야기해야 참사를 통해서 겪고 있는 수많은 아픔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며 “인터뷰를 하는 것 자체로 생존자들의 아픔을 다독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두 감독은 ‘망루’의 재현에 초점을 두고 있다. 최근엔 망루 모형을 소형으로 제작해 생존자들과 인터뷰하는 과정에 사용하기도 했다. 당시 기억을 제대로 담기 위해서다. 김 감독은 “남일당 터에 공사가 시작돼 생존자든 피해자 유가족이든 마음을 둘 곳이 없어지게 됐다”며 “불타는 망루, ‘여기 사람이 있다’는 외침이 용산참사의 상징이 됐는데, 그 기억을 어떻게 재연할까에 대한 고민의 연장에서 망루를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이들은 수풀이 우거진 남일당 터를 항공촬영을 통해 담아두기도 했다고 한다.
이 감독은 “용산참사가 ‘슬픈 일, 불행한 일이 있었다’고 아련하게 생각되는 데 그치는 지금 상황에서 다큐가 용산참사가 아직도 진행중이라는 걸 일깨우고, 잊혀져 가는 것을 불러내 토론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두 감독은 촬영을 대부분 마치고 편집에 들어간 상태로, 오는 9월 디엠제트(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관객을 만난다. 마찬가지로 용산참사를 다룬 영화인 <소수의견>의 김성재 감독과 손아람 작가가 청룡영화제에서 받은 각본상 상금을 제작기금으로 기부한 바 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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