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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용산 어머니들-백남기씨 딸, 손 맞잡고 ‘위로’

등록 2016-01-20 22:35수정 2016-01-21 11:23

경찰의 무리한 진압 피해자들 만나
“옆에 있으면 그래도 위로 될까 해서”
백남기씨 딸, 남편 잃은 가족들 위로
유가족들 “7년전 현장서도 물대포 쏴”
“죽더라도 진상규명 했어야…또 다쳐”
백남기씨 쾌유 비는 미사 함께 하기로
용산참사 유가족인 전재숙(왼쪽부터), 김영덕, 권명숙, 정영신씨와 지난해 민중총궐기 대회 도중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씨의 큰딸 백도라지씨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디스페이스 영화관에서 용산참사 7주기 추모위원회가 주최한 ‘국가폭력 특별전’ 영화제에 앞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용산참사 유가족인 전재숙(왼쪽부터), 김영덕, 권명숙, 정영신씨와 지난해 민중총궐기 대회 도중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씨의 큰딸 백도라지씨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디스페이스 영화관에서 용산참사 7주기 추모위원회가 주최한 ‘국가폭력 특별전’ 영화제에 앞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무슨 말로 위로한들 위로가 되겠어요. 마음만 있었지 선뜻 나서기가 힘들었는데, 옆에 있으면 그래도 위로가 될까 해서….”

‘두 가족’이 마주했다. 한쪽은 7년 전 살기 위해 망루에 올랐다가 이튿날 새벽 경찰특공대의 진압과정에서 ‘남편들’을 잃었다. 또다른 쪽은 역시 살기 위해 집회에 나섰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아버지 곁을 두달째 지키고 있다. 이들은, 2009년 1월20일 용산참사 당시 각각 남편을 잃은 김영덕·전재숙·권명숙씨와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대회 이후 사경을 헤매고 있는 백남기씨의 큰딸 백도라지씨다.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의 만남은 20일 서울 관수동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국가폭력 특별전’ 영화제에서 이뤄졌다.

김씨 등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이날 참사 7주기를 맞아 경기 남양주 마석모란공원에 몸을 누인 남편들을 만난 뒤 백씨를 만나기 위해 한달음에 달려왔다. 회사도 휴직한 채 아버지가 누워 있는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을 지키던 백씨도 시간을 냈다. 백남기씨는 두달 넘게 의식을 되찾지 못한 채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가족들을 애타게 하고 있다.

용산참사 유가족들이 백남기씨 가족을 만나러 오기까지는 용기가 필요했다. “가서 뵈면 속상하잖아요. (우리도) 당해보니까….” 김씨는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처음 만나는 백씨 앞에서 눈물을 비쳤다. 김영덕씨에게도 물대포는 ‘공포’의 대상이다. “7년 전 용산참사 현장에도 물대포가 있었거든요. (그래선지) 물대포 쏘는 것만 봐도 심장이 달달달 떨리고 답답해요.” 차분했던 김씨의 목소리가 격하게 떨려왔다. 김씨는 “민중총궐기 때 물대포 쏘는 장면을 보면서 ‘공권력 앞에 우리 같은 약자들은 희생만 당하는구나’ 싶어 속이 상했다”고 말했다.

가족들의 대화는 자연히 경찰 등 공권력에 대한 비판으로 옮겨갔다. ‘용산참사 당시 경찰의 진압작전은 위법하지 않았다’는 법원 판결을 잊지 못하는 용산참사 유가족들의 마음이 ‘물대포 사용은 정당한 공권력 집행이었다’는 강신명 경찰청장의 발언을 들은 백씨의 마음과 공명한 것이다. “그때 한 사람이 죽어나가는 한이 있어도 경찰 책임을 물었어야 했어요. 그걸 못해서 (백남기씨가 다치는) 이런 일이 또 생긴 것 같아요.” 김씨는 “저희가 힘이 부족했다”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백씨는 용산참사 당시 진압 책임자였던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경북 경주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나선 걸 언급하며 “무얼 그리 잘했다고 (선거에) 나오겠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버지를 다치게 한 경찰 책임자들도 직후 인사에서 대부분 승진했더라고요. 잘했다고 상주는 것 같아서 진짜 화가 났어요.”

이들은 이날 만남에서 서로의 아픔을 보듬었다. “아버지는 쓰러진 지 60여일밖에 안 됐지만, 7년을 버틴 어머니들 속은 속이 아닐 것 같아요. 억울함을 호소할 곳은 법 시스템일 텐데, 법은 우리처럼 힘없는 사람 편이 아닌 것 같아요.” 백씨의 말에 용산참사 유가족 권씨는 “우리도 평범한 주부들이었는데 이젠 투사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백씨가) 앞으로 험난한 길을 가야 할 것 같아서 안타깝다”면서도 “함께하면 분명히 진실은 밝혀질 수 있으니, 맘 단단히 먹고 밥도 잘 잡숫길 바란다”고 했다.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앞으로 백남기씨의 쾌유를 비는 미사에도 함께하기로 약속했다. “아무도 몰라준다고 생각하면 암담할 텐데, 농성장을 지키고 함께해주시는 시민분들이 있어 오히려 감사해요.” 백씨가 조용히 웃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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