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 모호한 ‘몰카 성범죄’ 처벌
유아무개(29)씨는 2013년 11월부터 6개월간 여성의 신체를 49차례 몰래 사진 찍은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49건 모두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한 차례 촬영을 유죄로 보고, 유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유씨의 ‘몰카’ 촬영을 다시 무죄로 판단해,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6개월동안 49차례 찍은 남성
“노출 적고 특정부위 찍지않아”
대법원,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특정부위 유죄 전신사진은 무죄
동일인이 찍은 사진도 판단달라
성적수치심 기준 사람마다 차이
피해자 옷차림·촬영각도 등 고려 2심 재판부는 2014년 4월 유씨가 서울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까지 피해 여성(22)을 쫓아가 상반신을 찍은 것을 문제 삼았다. 몰래 촬영했고,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껴 다음날 경찰에 신고한 점 등 피해자의 주관적 심리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반면 대법원은 사진의 객관적 특성에 주목했다. 유씨가 특정 부위가 아닌 상반신 전체를 촬영했고, 당시 피해자가 긴 티셔츠를 입어 외부로 노출된 부위도 거의 없었다고 판단했다. 앞서 1·2심 재판부도 노출이 거의 없고 특정 부위를 부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씨가 지하철 안에서 스키니진을 입거나 스타킹을 신은 여자의 다리 부분을 촬영한 48건은 모두 무죄로 봤다. 그러나 몰카 촬영 행위가 꼭 결과물로만 판단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2014년 7월 서울 동대문구의 한 음식점 재래식 화장실에서 여성들의 다리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기소된 주아무개(35)씨에게 원심과 같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피해자들이 용변을 보는 모습이 촬영되진 않았지만, 무릎 아래 맨다리 부분이 촬영된 점, 피해자들이 주씨의 행동으로 상당한 수치심을 느꼈다고 진술한 점, 이밖에 촬영장소·각도·거리 등을 종합해 유죄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법원마다 몰카 범죄를 다르게 판단하는 것은 이를 처벌하는 법이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에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촬영물을 공공연하게 전시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에 대한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법원 판례에는 피해자의 옷차림과 노출 정도, 촬영 의도와 경위, 촬영 장소 및 각도, 특정 신체부위 부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무죄를 판단하도록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도 촬영된 사진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수치심 등 피해자의 주관적 진술은 양형기준에 참고가 될 수는 있지만, 유무죄를 판단하는 기준은 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똑같은 행위를 하더라도 피해자의 감정 상태에 따라 유무죄가 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진을 몰래 찍는 것은 문제지만, 이런 행위를 늘 성폭력범죄처벌법으로 처벌할 수는 없고, 초상권 침해 등 민사적 문제로 풀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북부지법도 지난해 10월 58건의 몰카를 찍어 기소된 이아무개(37)씨에게 의도적으로 특정 부위를 찍은 사진은 유죄로 판단한 반면, 전신을 찍은 사진은 무죄로 판단하며 “이는 초상권과 같은 민사적 문제나 처벌 입법의 공백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노출 적고 특정부위 찍지않아”
대법원,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특정부위 유죄 전신사진은 무죄
동일인이 찍은 사진도 판단달라
성적수치심 기준 사람마다 차이
피해자 옷차림·촬영각도 등 고려 2심 재판부는 2014년 4월 유씨가 서울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까지 피해 여성(22)을 쫓아가 상반신을 찍은 것을 문제 삼았다. 몰래 촬영했고,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껴 다음날 경찰에 신고한 점 등 피해자의 주관적 심리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반면 대법원은 사진의 객관적 특성에 주목했다. 유씨가 특정 부위가 아닌 상반신 전체를 촬영했고, 당시 피해자가 긴 티셔츠를 입어 외부로 노출된 부위도 거의 없었다고 판단했다. 앞서 1·2심 재판부도 노출이 거의 없고 특정 부위를 부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씨가 지하철 안에서 스키니진을 입거나 스타킹을 신은 여자의 다리 부분을 촬영한 48건은 모두 무죄로 봤다. 그러나 몰카 촬영 행위가 꼭 결과물로만 판단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2014년 7월 서울 동대문구의 한 음식점 재래식 화장실에서 여성들의 다리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기소된 주아무개(35)씨에게 원심과 같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피해자들이 용변을 보는 모습이 촬영되진 않았지만, 무릎 아래 맨다리 부분이 촬영된 점, 피해자들이 주씨의 행동으로 상당한 수치심을 느꼈다고 진술한 점, 이밖에 촬영장소·각도·거리 등을 종합해 유죄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법원마다 몰카 범죄를 다르게 판단하는 것은 이를 처벌하는 법이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에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촬영물을 공공연하게 전시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에 대한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법원 판례에는 피해자의 옷차림과 노출 정도, 촬영 의도와 경위, 촬영 장소 및 각도, 특정 신체부위 부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무죄를 판단하도록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도 촬영된 사진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수치심 등 피해자의 주관적 진술은 양형기준에 참고가 될 수는 있지만, 유무죄를 판단하는 기준은 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똑같은 행위를 하더라도 피해자의 감정 상태에 따라 유무죄가 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진을 몰래 찍는 것은 문제지만, 이런 행위를 늘 성폭력범죄처벌법으로 처벌할 수는 없고, 초상권 침해 등 민사적 문제로 풀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북부지법도 지난해 10월 58건의 몰카를 찍어 기소된 이아무개(37)씨에게 의도적으로 특정 부위를 찍은 사진은 유죄로 판단한 반면, 전신을 찍은 사진은 무죄로 판단하며 “이는 초상권과 같은 민사적 문제나 처벌 입법의 공백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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