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 교수
한국작가회의 새 이사장 최원식 교수…‘자기성찰 소위원회’ 상설기구 검토
“한국작가회의(작가회의)는 70년대 민주화 운동의 영혼이요 기관차와도 같았던 자유실천문인협의회(자실)의 후신입니다. 민주화운동의 뿌리를 지니고 여전히 중요한 문학적 역할을 하는 문인 2천여명이 모인 이런 조직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고 봅니다. 문인 단체이자 사회운동 조직으로서 작가회의의 위상을 높이는 데 미력이나마 보탬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23일 오후 서울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린 작가회의 총회에서 새 이사장에 선임된 문학평론가 최원식 인하대 명예교수는 “식민지 시기 우리 문학이 ‘국내의 망명정부’였던 것처럼, 자실 출현 이후 우리 문학은 또 하나의 정부였다”며 “문학의 사회적 책임을 제고할 방안을 회원들과 함께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최 이사장은 아울러 “노장청 3대가 함께하는 조직의 특성상 세대간 조화와 융합도 필요하고, 지역 회원들의 바람도 수렴해야 하며, 무엇보다 민주화운동에 뿌리를 둔 조직답게 내부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도록 조직을 쇄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작가회의 사무실을 더 넓고 쾌적한 곳으로 옮길 계획입니다. 전임 이시영 이사장이 새 집행부에 준 선물인 셈입니다.”
한편 이날 총회에서는 지난해 신경숙 표절 사태가 불거진 뒤 작가회의 안에 꾸린 ‘자기성찰을 위한 소위원회’의 활동 보고도 있었다. 소위를 대표해 구두 보고를 한 시인 김사인 동덕여대 교수는 “시기와 창작자를 달리하는 두 작품이 정도 이상의 닮음을 보이는 것은 특별한 사례가 아닌 한 바람직하다고 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할 때에는 다양하고 창조적인 방식으로 선행 작품이 참조·원용됐다는 것을 독자가 알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또 문학권력론과 관련해서는 “부정적 의미의 권력적 현실이 한국문학 공동체 안에 있다면 그에 대한 비판은 언제나 행해짐이 정당하다. 그렇지만 그것은 문학의 토대를 이루는 현실 사회의 제반 권력 비판에까지 나아갈 때 더 유효할 수 있으며, 동시에 응분의 자기 비판을 겸할 때만 건강한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소위원회는 표절과 문학권력 문제 등에 관한 공적 논의를 이어갈 기구를 차기 집행부가 어떤 식으로든 유지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최 이사장은 “자기성찰 소위의 논의를 이어갈 실질적인 기구로 위원회를 두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작가회의 총회에서는 강형철 시인(숭의여대 교수)이 부이사장에 선임됐고, 사무총장으로는 안상학 시인이 선출됐다.
글·사진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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