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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파업 피디들 다 배제시켜” “고발프로 전혀 못하게 통제”

등록 2016-01-25 01:16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MBC 임원 녹취록 내용은

2012년 170일간 파업을 겪은 뒤 파업의 도화선이던 김재철 당시 사장은 해임됐지만, 그 뒤 <문화방송>(MBC) 내부 갈등은 오히려 증폭돼왔다. 이번에 드러난 백종문 본부장의 발언들은, 문화방송의 끊이지 않는 갈등의 배경에 경영진의 내부 구성원에 대한 ‘물갈이’ 의도 등 극단적인 인식이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경영진, ‘물갈이’ 속내 드러냈나 파업 뒤 문화방송의 인력 구조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친숙했던 아나운서들의 얼굴을 보기 힘들어졌고, 결국 오상진·문지애 등 10명은 회사를 떠났다. 현재 기자 296명 가운데 68명이 2012년 이후 입사했으며, 이와 관련해 문화방송은 2013년 말 이후 신입 공채를 아예 없애고 경력 채용에만 집중해왔다. 이들은 주요 이슈가 몰리는 정치·사회 부서에 집중적으로 배치된 것으로 파악된다. 시사교양국 분리·해체의 결과로 20명 안팎의 시사교양 피디들은 예능 프로그램 제작, 스케이트장 관리 등 전문 분야와 상관없는 곳에서 일하고 있다. 문화방송 안팎에선 “파업에 대한 보복”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으나, 회사는 “정당한 인사권”이라며 ‘경영상의 이유’를 강조해왔다. 일부 구성원들이 전보 발령 효력을 중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소송에서도 회사는 이런 논리를 앞세워 승소했다.

그런데 2014년 백종문 본부장이 ㅍ매체와의 두 차례 만남에서 발언한 내용들을 보면, 회사가 ‘물갈이’ 의도를 가지고 이런 조처들을 취한 정황이 드러난다. 백 본부장은 “파업에 참여해 회사를 망가뜨린 사람들이 50여명”이라고 했는데, 문화방송 노조 쪽이 파악한 ‘업무 배제’ 인원도 50여명으로 사실상 일치한다. 백 본부장은 율곡 이이의 ‘10만 양병설’을 언급하며 “우리가 좀 사람을 키우고 준비를 해야 한다” “경력사원 뽑으면서 인사검증을 한답시고 (출신) 지역도 보고 여러 가지 다 봤음에도 불구하고 (일부가) 노조로 간다”고도 말했다. “라디오는 다 빨갛다” “피디는 프로그램 다 배제시켰다” “(예능 프로그램은) 회사가 손을 못 대고 있다” 등의 발언도 했는데, 이는 기존 인력들을 업무에서 배제시키면서 경영진이 주도하는 경력 채용을 통해 이들을 대체하려고 한 의도를 보여준다.

파업 참가자 보복 징계
“회사 망가뜨린 사람 50여명”
“경력 뽑으면서 인사검증”
사쪽 입맛대로 인력 물갈이

프로그램 제작·편성 개입
“라디오는 다 빨갛다”
눈엣가시 패널 교체 지시하고
“이승만 프로 외주제작 세팅”

‘노조 비판’ 매체에 보은
백 본부장 만난 보수매체 편집장
“방송출연·외주 좀 주시면”
대놓고 청탁…일부 성사 의혹

■ 프로그램 제작·편성에도 개입? 백 본부장은 ‘비비케이’(BBK) ‘광우병’ 등 과거 문화방송에서 만들었던 고발 프로그램들을 겨냥해 “엠비시가 지금은 그런 거 전혀 못 하게 다 통제를 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라디오 프로그램 패널과 관련해 “왜 맨날 <경향신문><한국일보><프레시안>그런 데만 쓰느냐 했더니 거기밖에 없다고 하더라. 내가 ‘빨리 바꾸라’고 해서 일부는 바꿨다”는 말도 했다. “국부인 이승만 (띄우는) 프로그램을 만들라 그러면 할 놈이 한 놈도 없다. 유일한 방법은 외주이며, 본부장하고 국장에게 분명하게 지시를 하면 갈 수 있게끔 세팅을 해놨다”고도 말했다.

문화방송은 파업 뒤 시사교양 부문에서 특히 경쟁력이 하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2014년 경영평가 보고서’에는 “2012~2014년 사이 시사교양 부문 시청률 상위 20위 안에 문화방송은 단 1편씩만 진입해, 지속적인 약세”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집계하는 ‘방송 프로그램 시청자 만족도’ 조사에서 문화방송은 2010~2014년 5년 연속 지상파 채널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자료를 보면, 공정성·신뢰성·공익성·유익성·다양성 등의 점수가 유독 낮게 나와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노조 등은 ‘업무 배제’ 조처와 함께 취재 아이템 선정 단계에서부터 이뤄지는 경영진의 부적절한 ‘통제’가 경쟁력 하락의 주된 요인이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사쪽은 “경쟁력 하락 지적은 일부 매체나 정치권의 악의적 폄훼”라고 반박해왔으나, 백 본부장의 발언을 통해 경영진의 개입 실태 일부가 포착된 셈이다. 당시 백 본부장은 경영기획본부장으로서, 방송 제작·편성 등에 간여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 ㅍ매체 “청탁이 있다” … 일부는 성사 의혹 두 차례 만남에서 ㅍ매체 편집장 박아무개씨는 “청탁”이란 말을 써가며 몇 가지 요구사항을 전했다. 2014년 4월에는 “<100분 토론>이 가능하면 패널로 제가…”라며 방송에 출연시켜달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또 “(동료 기자를) 시사 프로그램 같은 데서 뉴스 브리핑을 한다든지, 그런 쪽에 하나 해주셨으면…”이란 말도 했다. 방문진에서 집행하는 외부 광고를 언급하며 자신들에게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여러 차례 내비쳤다. 그해 11월 만남에서는 “<이제는 말할 수 있다>같은 프로그램을 외주를 좀 하나 주시면 저희가…”라며 외주 제작에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제 (문화방송 관련) 기사를 꽉꽉 밀어야 한다”며 내부 정보를 제공해달라는 취지의 부탁도 했다.

백 본부장은 외주 제작 관련 청탁에 대해서는 “어렵다”며 거절했지만, 다른 청탁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태도를 비쳤다. 내부 정보 제공 부탁과 관련해, 동석했던 한 문화방송 간부는 “임원회의에도 들어가는 내가 하겠다”며 ‘파이프라인’을 자처하기도 했다.

실제로 두 차례 만남 이후 박씨는 문화방송 프로그램에 두 번 출연했다. 2014년 12월26일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전화인터뷰 패널로, 2015년 2월10일 방송된 <100분 토론>에는 토론 패널로 나왔다. 청탁 관련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한겨레>는 ㅍ매체 박씨에게 취재를 요청했으나, 박씨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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