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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밥 먹고 연대하세요” 소녀상 농성장에 등장한 밥차

등록 2016-01-25 11:58수정 2016-01-25 13:35

사진 밥통 페이스북 페이지
사진 밥통 페이스북 페이지
250여명 조합원이 출자해 만든 ‘협동조합밥통’
2014년 활동시작, 노동자 투쟁 농성장 밥 지원
세월호 분향소·KTX 승무원 시위 등 활동 넓혀
“언론 주목 못받은 농성장 고립 막자는게 모토”
“밥 먹고 힘내서 연대하세요~ 맛있게 드셔주셔서 고맙습니다.”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던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한일협상무효 4차 토요시위가 열렸다. 해질 무렵, 고슬고슬한 밥알이 익어가는 냄새를 솔솔 풍기며 노란색 트럭 한 대가 등장했다. 트럭에는 ‘다른 세상은 밥으로 통(通)한다! 다른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이하 밥통)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이날 밥차 메뉴는 200인분의 쌀밥과 김치콩나물국, 무나물, 소불고기와 김치로 차려졌다. 빨간색 앞치마를 두른 10여 명의 배식단이 농성장을 지키는 이들의 식판에 밥과 반찬을 나누며 허기를 채웠다. 방송이나 영화 촬영 현장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이 수상한 밥차에 누리꾼들의 관심이 모이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트럭 밥차 ‘밥통’의 역사는 2014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밥통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양한 이유로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을 찾아가 밥을 짓는다. 특히, 언론을 통해 주목받지 못한 농성 현장을 발굴해 그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 밥통의 모토다.

사진 밥통 페이스북 페이지
사진 밥통 페이스북 페이지
밥통의 설립 과정부터 참여한 정상천씨는 25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노동자들이 투쟁하고 있는 사업장을 다니다 보니, 지속적으로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며 “당시 밥을 나누는 일보다 더 좋은 게 없다는 의견이 모여 협동조합밥통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뜻을 함께한 250여 명의 조합원들이 출자금을 모아 차량을 구입했다. 그 외에도 ‘밥알단’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150여 명의 배후세력이 밥통을 이끌어가고 있다. 농민들은 직접 농사지은 쌀과 고구마, 무 등 각종 농산물을 지원했다. 현장으로 찾아와 음식 재료 구입부터 손질, 설거지, 뒷정리 등을 돕는 손길도 많다. 밥통은 전국 300여 곳의 사업장을 돌면서 4만 여명에게 밥을 대접했다. 지난해에는 굵직한 이슈 현장을 자주 찾았다. 안산 세월호 분향소부터 용산참사 추모 집회, 일본대사관 앞 수요 집회, 서울역 KTX승무원 1인 시위 현장 등을 찾아가 밥 연대를 이어갔다.

손지후 밥통 연대매니저는 “소규모의 열악한 사업장은 밥통 재정으로 찾아가지만, 최근에는 시민들이 모금해준 후원금으로 찾아가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이어 “최근 소녀상 앞 농성장에 밥차가 4번 갔는데, 처음에는 서울 성북구와 중구의 어머니들의 후원으로 시작됐다”며 “23일에는 경기도 용인에서 ‘용인마녀’라는 학부모 모임 분들이 순식간에 250여 만원을 모아 소녀상 앞을 지키는 대학생들을 위해 밥차를 보내주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매니저는 “과거에 한 투쟁 사업장에서 밥값을 해결하지 못해서 투쟁을 40일 만에 접을 뻔했던 적이 있었는데, 밥통에서 지속적으로 지원을 했고 긴 투쟁이 승리로 끝났던 적이 있었다”며 “밥 연대는 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을 지원하는 역할이라 꾸준하게 한결같이 하는 연대가 가장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밥통의 행보는 멈추지 않는다. 이들은 매주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다음 일정을 공개한다. 25일에는 서울역 KTX 해고승무원 2인 시위 현장으로, 27일에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 정대협 수요집회에 밥차가 뜬다. 메뉴는 따뜻한 황태국밥과 맛있는 전, 계란 버섯 조림을 준비한다. 서울 성북구와 중구에 사는 엄마들이 또다시 정성을 모았다. ‘밥알단’은 새 식구를 기다린다. 밥알단에 참여하고 싶다면, 아래 페이스북 페이지로 찾아가면 된다.

▶ 다른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 페이스북 페이지

▶ 밥알단 그룹 페이지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사진 밥통 페이스북 페이지
사진 밥통 페이스북 페이지
사진 밥통 페이스북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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