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해고’ 커지는 우려
민주노총 ‘노동위 판정례’ 분석
‘저성과’ 이유로 해고당한 노동자
지난해 구제신청 건수 급증
“정부가 논의 본격화하며
업무능력 부족이 해고 사유가
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듯”
민주노총 ‘노동위 판정례’ 분석
‘저성과’ 이유로 해고당한 노동자
지난해 구제신청 건수 급증
“정부가 논의 본격화하며
업무능력 부족이 해고 사유가
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듯”
지난해 정부가 저성과 해고 지침 관련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기업 현장에서 저성과를 이유로 해고당한 노동자들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건수가 급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계는 “저성과 해고 지침이 일선 노동현장에서는 ‘쉬운 해고’의 시그널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25일 민주노총이 발표한 ‘노동위원회 판정례를 통해 본 일반해고 지침의 위험성’ 보고서를 보면, 업무 저성과를 이유로 해고당한 노동자들의 구제신청 사건은 2001년 36건에서 기업들의 구조조정 움직임이 활성화된 2000년대 중반부터 100건을 넘기기 시작했으며 2015년에는 183건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015년 말에 구제신청이 접수돼 여전히 각급 노동위원회 심리가 진행되고 있는 사건을 고려하면 ‘저성과 해고’의 증가 폭은 좀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200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노동위원회가 15년간 판정한 사례 가운데 저성과를 이유로 한 구제신청 판정례(판정 사건)를 분석해 작성됐다. 박은정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그간 기업들마다 저성과 해고를 도입하기 위해 개별적으로 노력해왔으며, 특히 지난해 정부 움직임에 따라 업무능력 부족이 저성과 해고 사유가 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결과로 보인다”며 “‘업무성과 평가’ ‘직무능력 향상 교육’ 등 저성과 해고의 구체적 요건을 거친 해고 사건이 지난해부터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양대지침 논의가 본격 시행되기도 전부터, 각 사업장에서는 정부 움직임에 발맞춘 해고 시도가 있었다는 방증이다.
보고서는 성과 평가 및 인사 규정 등 사용자의 인사재량권을 부풀려 ‘저성과 해고’를 시도한 사례를 구체적으로 나열했다. 예컨대 ㅂ기업에서 근무하던 한 노동자는 명예퇴직을 거절한 뒤 낮은 업무평가를 받아 2차례에 걸쳐 업무능력 개선 프로그램을 이수한 뒤 지난해 해고됐다. 노동위원회는 징계 사유와 해고 절차의 정당성은 인정했지만 ‘저성과’가 해고를 할 정도로 무거운 해고 사유는 아니라고 판단해 부당해고로 판정했다. 또 통상임금 소송에 나섰던 공기업 청원경찰 ㄱ씨는 ‘책임감과 리더십 등 업무능력에 문제가 있다’며 지난해 6월 청원경찰 조장에서 배제됐는데, 노동위원회는 인사명령에 관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어 부당한 인사명령이라고 판정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노동위원회는 저성과 해고를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5년 동안 저성과를 이유로 한 해고(계약 해지) 사건 판정례는 모두 1231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정규직의 경우, 각종 비위행위 등 다른 징계 사유 없이 ‘업무 저성과’ ‘평가 결과 최하위’만을 이유로 해고한 사건 115건 가운데 11건만 유효한 해고로 판정됐다고 민주노총은 밝혔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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