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공포의 1호선…“사람많아 짜증” 칼 들고 85분간 활보

출근시간대 지하철 1호선 열차 안에서 흉기 난동을 부린 50대 남성(가운데 의자에 앉은 이)이 26일 오전 서울역에서 검거돼 종로3가 서울지하철수사1대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역 오가며 흉기난동 50대 붙잡혀
지하철경찰대-메트로 공조 안돼
단순 노숙인 오인, 하차만 시키기도

승객으로 붐비는 출근시간대 지하철에서 흉기난동 사건이 벌어졌다. 지하철경찰대와 서울메트로 쪽 공조 공백 속에 흉기를 든 피의자는 사건 발생 1시간25분이 지나도록 열차를 갈아타며 서울 도심 지하철역을 활보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경찰대는 26일, 이날 오전 8시20분께 서울지하철 시청역과 종각역 사이에서 과도를 꺼내 들고 휘두른 혐의(특수협박)로 강아무개(51)씨를 붙잡았다고 밝혔다.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람들이 많아 짜증이 나서 가지고 다니던 과도를 꺼내 흔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의 위협 속에 놀란 승객들이 다른 칸으로 대피하면서 흉기에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강씨는 사건 뒤 경찰에 붙잡히기까지 1시간25분 동안 종로3가역, 동묘역 등에서 네차례나 지하철을 타고 내리며 청량리역에서 서울역까지를 오갔다. 강씨가 홧김에 다시 칼을 빼들었다면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서울메트로 소속 지하철보안관이 종로3가역 순찰 도중 강씨를 발견하고서도 ‘단순 노숙인’으로 오인해 지하철에서 하차시키는 조처에 그치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강씨가 흉기 위협 사건을 저지르고도 1시간 넘게 지하철역에서 활보할 수 있었던 것은 지하철경찰대와 메트로 쪽의 공조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지하철경찰대 쪽에선 사건 신고 뒤 메트로 쪽에 따로 협조 요청을 하지 않고 자체 수사를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지하철에서 사건이 일어났을 때 메트로 쪽에서 경찰에 사건을 전달하는 프로그램은 있지만, 경찰로 들어온 신고를 메트로 쪽에 전달하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고 직후, 종각역~청량리역 메트로 쪽 역무직원들은 승강장에 나가긴 했으나, 이후 강씨가 지하철을 바꿔 탔는지 여부 등은 따로 챙기지 않았다.

강씨는 청량리역에서 다시 지하철을 바꿔 타고 서울역에 내린 뒤에야 지하철역 출구 쪽에서 검문검색을 하던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강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방준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