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역사적 상처 치유되길”
한국군 증오비 세웠던 퀴논시와
자매결연 20돌 기념해 조성
한국군 증오비 세웠던 퀴논시와
자매결연 20돌 기념해 조성
베트남전쟁 때 한국군 맹호부대가 주둔했던 베트남 꾸이년(퀴논)시에 1976년 ‘한국군 증오비’가 세워졌다. 맹호부대는 베트남전에서 수많은 전과를 거뒀지만, 그 과정에서 민간인 학살 등으로 베트남인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오는 3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역사적 화해를 위한 ‘퀴논길’이 조성된다. 용산구는 퀴논시와 자매도시 교류 20주년을 기념해 이태원 보광로 59길에 ‘퀴논길’이라는 명예도로 이름을 붙이고, 이 길을 베트남 테마거리로 만든다고 27일 밝혔다.
테마거리에선 베트남어를 영어, 중국어, 일본어 수준의 주요 외국어로 채택해 베트남 관광객이 퀴논길 주변 음식점, 노래방, 상가, 숙박시설, 병원 등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 베트남어로 표기한 이태원 홍보책자도 발행하고, 자투리 녹지공간 3곳에 ‘퀴논정원’도 조성할 예정이다. 그라피티와 낙서로 오염된 시설물에 퀴논시와 함께 디자인한 벽화를 그리는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용산구는 1992년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한 뒤 퀴논시와 관계 맺기에 나섰다. 1996년 구 대표단이 처음 퀴논시를 방문했고 이듬해 자매결연을 맺었다. 20년 가까이 교류하며 학생 장학금 지원과 유학 지원, 백내장치료센터 건립, 사랑의 집 짓기 등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한국에 대한 앙금이 조금씩 가시면서 최근 퀴논시는 한국군 증오비를 ‘위령비’로 명칭을 바꿨다.
구는 3월 퀴논시 쩐까오번 109번지에 용산구 해외사무소를 열어 한국어·문화 보급사업, 관광객 유치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퀴논시가 사무소 건물을 무상 지원하기로 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지방정부의 노력이 더해져 한국과 베트남 간 역사적 상처가 하루빨리 치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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