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암으로 30대에 숨진 삼성반도체 노동자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반도체 노동자의 난소암 발병에 산업재해를 인정한 첫 사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박연욱)는 난소암으로 숨진 삼성반도체 노동자 이아무개씨의 아버지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난소암이 발병한 원인이 의학적으로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작업장에서 근무하며 유해 화학물질에 장기간 노출되고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며 피로, 스트레스가 누적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은 유해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난소에 악성 종양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며 질병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희귀성 종양인 난소암의 경우에는 발병 원인에 대한 인과관계를 다소 완화된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난소암은 발병률이 낮아 의학적으로 연구가 다수 이뤄진 질병에 비해 인과관계에 대한 증명의 정도가 완화된다”며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목적 등에 비춰 근로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사실관계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을 경우 증명책임에 있어 열악한 지위에 있는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1993년 17살의 나이에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씨는 반도체사업부 온양 사업장에서 6년2개월동안 근무하다 1999년 6월 구토와 복부팽만 등 건강 이상으로 회사를 그만뒀다. 그리고 이듬해 24살이던 이씨는 난소의 경계성 종양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2012년 36살에 난소암으로 전이돼 숨졌다. 이씨의 아버지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이 역학조사 결과 “업무 관련성이 낮다”며 이를 기각하자, 이씨의 아버지는 소송을 냈다.
특히 이번 판결은 삼성전자가 진행하고 있는 직업병 피해 보상과 관련해 파장이 예상된다. 보상위 기준에 따르면, 난소암은 업무 관련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돼 치료비 상당액만 지급하는 ‘3군 질환’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는 “‘사회적 부조’라는 보상의 취지에 맞게 모든 피해자들에게 치료비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생계비가 보장돼야 한다”며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보상 기준과 절차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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